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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케어 진단] 건보 보장성 더 강화…손보사는 곡소리


입력 2021.08.13 07:00 수정 2021.08.12 17:5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年 2조' 실손보험 손실 우려↑

보험사 보이콧 선언 이어질 듯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넓히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 정책을 앞으로 더 강화하기로 하면서, 민간 보험업계의 실손의료보험을 둘러싼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지금도 해마다 실손보험에 2조원이 훌쩍 넘는 손실을 안기고 있는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보이콧이 이어지는 와중 정책 실패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택권만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청와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건강보험 강화를 통해 갑상선과 부비동 초음파 검사는 올해 4분기부터, 중증 심장질환·중증 건선·치과 신경치료 등 진료는 내년까지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진료기술이 발전하고 의료서비스가 세분화되면서 새로 생겨나는 비급여 항목이 많다"며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더욱 줄여주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케어의 청사진이 발표된 건 2017년 8월의 일이었다. 건강보험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급여 진료의 영역을 이전보다 확대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내용이 핵심 골자였다. 그리고 정부는 이듬해인 2018년부터 이를 본격 실행했다. 이때부터 자기공명영상이나 초음파 검사 등 기존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 의료들이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통해 환자들뿐 아니라 보험사들도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이 감당하는 급여 항목이 늘어나는 반면,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는 줄어들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2017년 말 열린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하정화 국회 예산정책처 연구원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혜택이 민간 의료보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의료보험료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민간 보험사의 보험금 지출은 2022년까지 향후 5년 간 3조8044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어진 토론에서 이태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케어로 보험사들이 받게 될 피해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장성 강화 대책 후 수가가 인상되면 민간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도 늘게 되고, 보장성이 강화되면 의료 소비량도 변화가 생긴다"며 "소비자 행태 변화에 따라 보험사의 부담도 변화된다"고 지적했다.

◆빗나간 예측…정부 호언장담 '무색'
국내 손해보험사 실손의료보험 적자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결국 현실은 정부의 예측과 전혀 달랐다. 문재인 케어를 계기로 실손보험에서 보험사들이 떠안게 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왔다.


실제로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가 막 가동되던 2018년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실손보험에서 발생한 손실은 1조1862억원이었다. 그런데 이듬해와 지난해 손보업계 실손보험에서 불거진 손실은 각각 2조3546억원과 2조3695억원에 달했다. 문재인 케어가 의료시장에 자리를 잡은 이후 실손보험 적자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문재인 케어로 의료비가 저렴해지자 그 이상으로 사람들의 병원 방문이 늘어난 탓이다. 결국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보험금 지급은 물론, 건강보험 자기부담금도 부풀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 실시 전인 2017년 연간 162만원이었던 국내 가구당 의료비 지출은 지난해 184만원으로 13.6%나 늘었다.


문제는 건강보험료까지 인상폭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보험사뿐 아니라 일반 국민이 짊어져야 할 짐도 무거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케어 이전의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을 보면 2016년에 0.90% 올랐고 2017년에는 동결됐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후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0% ▲2021년 2.89% 등으로 매년 2~3%대의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


◆좁아지는 소비자 선택권
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 판매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케어의 또 다른 역효과는 민간 실손보험에 대한 선택권 제한이다. 실손보험에서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아예 관련 사업을 접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어서다. 고객 입장에서는 날이 갈수록 실손보험에 가입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금융당국의 4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둘러싸고 본격화됐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의 적자폭이 늘어나자 보험 가입자의 자기부담률을 높이는 방식의 새 실손보험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달부터 4세대 실손보험이 시장에 선을 보이게 됐다.


하지만 실손보험 운영으로 인한 손실을 염려한 보험사들의 판매 중단이 잇따랐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부터 실손보험 취급을 중단했다. AIA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라이나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 등도 일찌감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보장이 강화되면 의료업계에서 만들어내는 비급여 부분이 더 많아져 실손보험금 누수가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실손보험 신규 가입 문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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