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과 장애인 '이중고'…자신이 학대받는 것 자각 못하고 알아도 표현하지 못해
내 자식 장애 인정못하는 친부모…타인이 발견하기 힘든 집 등에서 지속적으로 폭력·학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교사 학대 실태도 심각…속옷 차림의 아이 던지고, 전기충격기로 지지기도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는 친부모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교사 등 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보호해주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고, 가정이나 시설 등에서 은밀하게 일어나 장기간 지속되고 은폐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경우 아동과 장애인이라는 이중고로 자신이 학대받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학대를 받아도 표현하지 못해 발견하기가 훨씬 힘들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장애인 학대신고 건수 4208건 가운데 18세 미만 장애아동 학대 사례는 13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5건(48.9%)의 학대 가해자가 부모였던 것으로 드러났고, 학대 발생 장소는 피해 장애인의 거주지가 394건(39.1%)으로 가장 많았다. 학대가 타인이 발견하기 힘든 집에서 주로 발생해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14살 A양은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돌봄의 손길이 부족했고 비위생적 환경에 방치된 채 아버지한테서 수시로 폭행을 당했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잘 씻지도 못하고 학교를 오는 A양을 보고 학대를 의심한 학교 교사의 신고로 A양은 아버지와 분리조치 됐다.
중증 자폐성 장애를 지닌 10살 B군 역시 친모로부터 반복적인 학대를 당했다. 그의 친모는 아이가 가진 장애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B군이 돌발행동을 할 때마다 심하게 폭행해왔다. 뿐만 아니라 B군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억지로 입에 밥을 우겨 넣거나, 소리 지르는 것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학대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10살 C군도 어머니에게서 상습적으로 학대를 받았다. 12살 D양은 지적장애와 정신장애를 가졌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아버지가 매사에 폭력적이어서 가출까지 했던 D양의 장애는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장애아동 학대 행위자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부모 다음으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14.3%(19건), 알고
지내는 사람(지인) 11.3%(15건), 초·중·고 교직원 7.5%(1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장애아동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교육받아야 할 공간인 보육시설에서조차 학대 사건은 비일비재했다. 특히, 아동학대범죄의 신고 의무자인 교사들이 훈육을 빙자해 장애아동을 힘으로 제지하고 체벌을 가하는 등 태연하게 학대를 저지르고 있었다.
지난 7월 충남 천안에서는 사회복지사 E씨가 12살 중증지적장애 아동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발길질하는 등 학대를 일삼다 아이의 부모를 통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CCTV에는 속옷만 입은 아이를 억지로 끌어 차량에 집어 던지듯 태우는 정황 등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지난해 대전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 운영자 F씨는 장애 아동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등을 전기충격기로 지지거나 위협했다. 또 강제적으로 아동들을 붙잡고 손으로 눈 부위를 찌르는 등의 상습적인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가했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G씨는 "담당 교사가 아이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것을 보고 학대로 항의했지만 시설장과 교사는 아동을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경우라며 학대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G씨는 "이후 CCTV 영상 등의 조사가 진행됐지만 아이의 진술 능력이 부족해 조사가 흐지부지됐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