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심제 논란 속 '재판불복' 새 길 열려
양문석·장영하 등 너도나도 재판소원
27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재판소원제)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참석해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2026.2.27.ⓒ연합뉴스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이 가능해진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재판소원 심판청구 사건이 총 44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소원 도입으로 기존 헌법소원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던 헌재의 낙관적 전망이 닷새 만에 무색해진 지점이다.
헌재는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사건번호 '헌마', 사건명 '재판취소' 재판소원이 지난 14일과 15일 각각 3건과 4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누적된 접수 건수는 전자접수 31건, 방문접수 5건, 우편접수 8건 등 총 44건이다.
연간 최대 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헌재는 사실상의 '4심제'로 변질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행 재판소원 제도는 헌재가 사전심사를 거친 후 전원재판부에서 기본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면 확정됐던 법원의 재판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12일 사기 대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판소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장영하 변호사는 이미 재판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들은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으로 구성되는 지정재판부 배당을 거쳐 사전심사에 들어간다. 경력 15년 이상의 헌법연구관 8명으로 구성된 사전심사부가 재판소원 적법 요건과 법리를 검토한다.
헌재법상 헌법소원심판 사건은 지정재판부에서 30일 이내 각하 여부를 결정한다. 결정이 없으면 심판에 회부되지만 다만 지정재판부가 보완을 요구할 때 30일을 넘긴 뒤에도 심판 회부 여부를 가릴 수 있다.
재판소원은 확정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의 재판이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청구할 수 있다.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 청구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수억 원의 수임료를 감당할 수 있는 특정 피고인들에게만 사실상의 '형 집행 연기권'을 쥐여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력 피고인들이 헌재 결정을 기다리며 수년간 거리를 활보하는 사이, 피해자들의 고통만 길어지는 사법 불능 상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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