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이재선 ‘시정 개입’ 진실은 유동규 인사 문제 지적
기자들, 고인의 입 대신해줄 형수 박인복 찾아갈 필요
이재명이 형수에게 퍼부은 쌍욕은 그의 원죄(原罪)다.
그것은 대장동과 함께 그의 대권 가도를 가로막게 될 거대한 장애물이다. 그가 하늘의 뜻으로 그것을 비켜가 대권을 잡았을 경우, 그의 집권 5년 내내 ‘대통령 이재명은 이런 사람’이었다는 꼬리표로 부활해 그의 정책과 행동이 비판받을 때마다 그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너의 OOO O OOOOOO.”
명사와 동사는 물론 조사와 부사조차도 공식 언론 매체에서는 숨겨야 할 만큼 천하에 무식 험악하고 상스러운 조폭의 입놀림이었다. 조사와 부사만 보고도 어떤 욕이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진보좌파 정권을 연장할 대표 후보가 되고 끝내 당선도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수치이며 국격이 땅에 떨어지는 꼴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의 설계로 얻어진 1조원대 개발 이익이 몇몇 사람들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고 그 돈으로 또 보험, 보은, 뇌물 잔치가 벌어진 대장동 게이트가 아무리 천인공노할 비리 범죄라 하더라도 저 쌍욕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이 원래 그런 인물이란 평들이 있긴 하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욕을 하게 됐는지 그 맥락이 무척 궁금했다. “형님이 동생의 시장 직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고 인사 청탁을 했고 어머니에게 폭언을 하고 조카도 폭행해서 그렇게 됐다”는 그의 해명이 잘 납득되지 않았다. 사실이 그랬다면 단호히 그의 요구를 거절하고 차단 조치를 취하면서 조용히 의절(義絶)하면 될 일이지 왜 형수에게 쌍욕을 한단 말인가?
의문스러웠던 그 ‘진실’이 대장동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의 형 이재선이 일찍이 유동규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이재명은 이 ‘유동규 총애’ 비판을 ‘시정 개입’이라면서 극도의 불쾌감과 증오심을 나타낸 흔적이 과거 기록들에서 발견됐다.
이재선은 회계사다. 4년 전 폐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일반인들의 절세에 도움을 주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작성한 블로그 <공인회계사 이재선의 책읽기>가 지금도 네이버에 ‘세금계산서를 샀습니다... 걸릴까요?’(2017년 7월 26일자) 라는 글을 끝으로 남아 있다.
동생인 성남 시장 이재명과 관련돼 눈에 띄는 그의 경력 하나는 2000년대 초 재직한 성남시설관리공단(문제의 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 고문 회계사다. 유동규가 기획본부장, 사장 직무대리로서 대장동 계획을 짠 지방 공기업에 시장의 형이 과거에 취업해 있었던 것이다. 대장동 설계는 그가 퇴사한 이후 일어난 일인데, 두 형제 사이가 이때 급격히 벌어졌다.
형제는 싸우기 전에는 같은 열성 진보좌파로서 죽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시민단체 활동, 진보신당 참여, 봉하마을 참배... 형 이재선은 동생이 시장이 되고나서부터 반(反)이재명 시민으로 바뀌었다. 시장 파워를 행사해 한 자리 주지 않아서인지 회계사로서 직업 정신을 갖고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전문가의 안목과 분석력, 성남시 산하 단체 근무 경력 등을 통해 그가 터무니없는 주장이나 비판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상식적인 해석이다. 그의 부인, 쌍욕 세례를 받은 바로 그 형수 박인복은 5년 전 YTN 등 매체에 나와 실명과 얼굴을 밝히고 형 측 입장을 밝혔다. 그녀의 말은 교양 있는 표준어였다. 흐트러진 머리칼이 고쳐지지 않은 모습 또한 연출되지 않은, 평범한 중산층 여성 인상을 주었다.
“애 아빠(이재선)가 동생(이재명)의 시장 취임 후 예산 운영과 인사 등용에 대해 지적했던 글이 형제 사이가 벌어지게 된 화근이었다. 형은 회계사로서 직업의식에 따라 문제 제기를 한 것이었다. 어머니, 조카와의 사건은 쌍욕 통화 한 달 후에 일어난 일이고 폭력이라는 내용도 달라 말이 되지 않는다.”
이재선이 2012년 6월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과 통화한 녹취록이 지금도 인터넷에 많이 떠 있다. 그는 이 통화에서 유동규를 이렇게 비판했다.
“유동규가 뭐 하던 사람이냐? 한양대 음대 나와서 건축사무소 ‘삐끼’ 하다가 분당에 세 개 있는 리모델링하다가 왔다. 이재명이 옆에는 전부 이런 사람만 있어요. 협박하고… 동생이 유동규를 끔찍히 사랑합디다.”
유동규는 그 2년 전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선거를 도왔으며 당선 후 인수위를 거쳐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부장으로 낙점됐다. 이재명은 ‘`공영개발’ 추진의 핵으로 유동규를 11년 전에 이미 찍었던 것이다. 유동규는 그 2년 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영전, 지금 난리가 나고 있는 대장동 판을 만들었다. 이재명이 고백한 대로, 그의 설계 지침 하명을 받아서.
이재선은 회계사로서, 또 같은 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재명의 측근 유동규(그리고 어쩌면 시장 이재명과 함께)가 어떤 사고를 치게 될지 직감하고 경고를 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성남시청 게시판에 그의 시정 비판 글이 자주 올라왔다. 비판을 참지 못하는 성격의 이재명은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친형이 그러자 물불 안 가리게 됐고, 급기야 정신 감정 의뢰를 받아 강제 입원시키려고 했으며 형과 동조하는 그의 부인이자 자신의 형수인 여성에게 더러운 욕을 한 사건이 이 가족 분쟁의 전말이다.
죽은 이재선은 결과적으로 유동규란 사람을 잘 알아봤다. 그는 또 동생 이재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말을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은 부인 박인복이다.
대장동 게이트의 특종을 캐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취재 기자들은 그녀를 찾아가 볼 필요가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