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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이성윤 고검장 법정 선다…정부는 '그래도 우리편'


입력 2021.10.20 05:17 수정 2021.10.19 21:1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들끓는 '직무배제' 여론에도 오히려 중용…'방탄검찰' 구축 절실했나

혐의·증거 전면 부인에 재판 1년 이상 장기화 전망…대선정국 영향은 피할 듯

전문가 "검찰개혁 명분 걸린 정치사안…정권교체 안되면 조용히 묻힐 것"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법정에 출석한다.


현직 서울고검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른바 '방탄검찰'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무리한 인사가 결국 현직 검사장이 후배 검사의 추궁을 받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20일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의 1차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은 정식 재판으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어 이 고검장이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이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당하자 야권은 '피고인 신분의 검사장은 있을 수 없다'며 직무배제를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들의 요구를 모두 일축하고 8월에는 오히려 그를 고검장으로 승진시키는 사상 초유의 인사를 단행했다. 들끓는 여론에도 여당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이 고검장 중용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


이처럼 정권이 여론 악화까지 무릅쓰며 이 고검장 감싸기에 나선 것은 정권 말기 '방탄검찰' 구축이 절실했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정권 말기에 친정권 성향이 입증된 인사를 배치해야만 정권 비리를 겨냥한 수사를 덮을 수 있고 대선정국에서 중대한 사법리스크가 터질 위험을 막는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이 고검장의 유무죄 여부를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현직 중앙지검 검사가 중앙지검장을 기소할 수 있었던 것은 혐의 입증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이 깔려있었다는 평가다. 또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압도적 표차로 이 고검장의 기소를 찬성했고,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점에 비춰 증거도 충분한 것 아니냐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 고검장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현 정권이 밀어붙였던 검찰개혁은 명분을 상실하고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재판은 1년 이상 장기화가 예상돼 내년 3월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작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달 6일 진행된 2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측이 본인의 진술 외에 다른 검찰 측 증거 모두 부동의 했다"며 "이 때문에 증인으로 신청해야 할 사람들이 20명에 달해 재판이 1년 넘게 진행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인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믿을만한 우리집 식구를 수사기관 책임자로 앉히는 것은 정권 인사들이 보험을 드는 것과 비슷하다"며 "대선을 앞둔 시점에 실수로 '제2의 윤석열'을 총장으로 앉혔다가 호되게 당하는 것 보다는 조금 욕을 먹더라도 입증된 우리 사람을 앉히는 편이 더 안전하고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 사건은 실제적인 죄의 유무보다는 현 정권이 내세워온 검찰개혁의 명분과 당위성이 걸렸다는 부분이 더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라며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전 정권의 대 검찰 정책이 일제히 부정당하며 적잖은 파장이 있겠지만,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엔 전임 정권의 정책을 부정할 필요가 없는 만큼 조용히 묻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고검장은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대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조작된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서류를 추인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반면 이 고검장 측은 긴급출금 자체에 관여한 바가 없으며 수사중단 동기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날 열리는 1차 공판에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공익 제보한 장준희 부장검사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 고검장 측의 주장을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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