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中 밀착'하면서
南에 '자주적 대북정책' 요구
북한이 대화재개 조건으로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자신들이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8일 '민족 자주의 입장에 서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남측이 "미국·일본·유럽 등을 동분서주하며 대북정책에 대한 외세의 지지와 협조를 구걸하는 행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 조직이 운영하는 웹 사이트로 북한 당국이 우회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채널로 평가된다.
매체는 "외세에 추종하며 국제공조를 떠들고 밖에 나가 외부의 지지와 협력을 요구하는데 급급한 것은 민족문제를 민족의 이익에 맞게 자주적으로 풀어나갈 것을 요구하는 겨레의 지향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 교황 방북 등 대북정책 관련 국제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날 해당 게시글이 공개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매체는 "민족분열의 장본인이며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어 잘살기를 바라지 않는 고약한 속통을 가진 외세에 '지지'와 '협력'을 기대하며 민족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매달리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처사"라며 "예속과 굴종의 올가미에 스스로 목을 들이미는 머저리 짓"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외세추종, 외세와의 공조가 민족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라는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훌륭했던 북남합의가 한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는 만큼, 남측이 미국과 공조해 대북정책을 펴는 데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민족적 관점에서 자주적 남북관계를 꾸려가야 한다는 북측의 주장은 사실상 한미동맹을 이간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작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달 초 대외정책과 관련한 대중국 공조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최고지도자가 외세 공조 정책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남측의 유사한 접근법을 비판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신중국 건국 72주년 국경절(10월 1일)을 맞아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보낸 축전에서 북한과 중국이 "사회주의 위업을 전진시키고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에서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북중 양자관계가 "끊임없이 발전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대남정책을 대외정책에서 따로 떼어내 추진하고 있다지만, '지역의 평화·안정 수호'라는 개념에 한반도 정세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만큼, 관련 입장 표명은 한미동맹에 대항하는 북중 밀착 성격을 띤다는 평가다.
실제로 북한은 외무성 당국자들을 내세워 △"미국이 중국의 불가분리의 영토인 대만의 독립을 부추기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은 신강(신장 위구르)에서 여러 민족 인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행복한 생활을 안겨주기 위한 국가적 조치를 취했다" 등의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중국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