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중증장애로 안전하게 운전 못해" 거절
법원 "평등원칙에 위배…거부 처분 법적 근거 없어"
안정성을 문제삼아 중증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 구매 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 결정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3일 장애인 정모 씨가 서울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보조기기 급여거부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뇌병변·지체 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인 정씨는 장애인들에게 보조기기 구매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현행법에 따라 강서구에 전동휠체어 비용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정씨가 스스로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정씨가 제기한 소송에서는 현행법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거동이 쉬운 장애인에게는 전동휠체어를 지급하도록 하면서 중증장애인에게는 오히려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는 것이 합당한지가 쟁점이었다.
법원은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장애인보조기기법이 전동휠체어를 '자가 조종용'과 '보조인 조종용'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스스로 전동휠체어를 운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위법이 지급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보조인 조종용 전동휠체어의 지급 가능성이라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조인 조종용 전동휠체어를 합리적 이유 없이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규정과 하위 고시 규정의 행정입법부작위는 평등원칙 등에 위배돼 무효"라고 지적했다. 또 "원고는 지적 능력이나 조종 능력 면에서 '전동휠체어를 스스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뇌병변 및 지적장애인에 해당해 피고의 거부처분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