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경쟁여건 조성 강조…새 리스크 유의
금융당국에 이어 한국은행도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의 금융시장 진입에 따른 우려를 표출하고, 은행과 빅테크 간 공정한 경쟁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이같은 기업들이 활발히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은행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위험 관리도 이전에 비해 어려워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핀테크 기업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간편 결제·송금, 로보어드바이저, P2P 대출, 크라우드펀딩 등 전통적 자금중개와 다른 방식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핀크, NHN페이코, 뱅크샐러드 등이 해당된다.
빅테크 기업은 금융시장 진출 이전 인터넷 포털 시장 등에서 높은 편의성 및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플랫폼 내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화·서비스의 구입을 원할 때 일차적으로 방문하는 시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온라인·모바일 기술의 발전, 데이터 저장·처리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한 금융업 고정비용의 감소와 금융 효율성 증대를 위한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는 핀테크·빅테크 기업의 활발한 시장진입을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기업은 플랫폼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을 제공하는데 플랫폼 전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돼 카카오뱅크의 경우 기존 금융지주에 비해 대출 규모가 적음에도 불구 시가총액은 오히려 더 높은 상황이다.
특히 핀테크의 P2P 대출, 크라우드펀딩 등 IT 기반 직접금융은 은행 여·수신을 일부 대체하거나, 금융중개의 접점이 은행 점포에서 빅테크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빚어냈다. 신용평가에서 담보 제공 능력 및 금융거래 이력을 대신해 다양한 데이터의 활용이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은행의 최우선적인 자금중개자 역할이 상당히 축소될 수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금융상품 등장에 예금 수신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신용평가에 활용될 수 있는 비금융 데이터의 생산에도 한계가 있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으며 금융상품이 복잡해짐에 따라 은행의 위험관리가 이전에 비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은행은 핀테크 기업에 투자·협업하는 한편 모바일 환경에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영업방식을 개선하고 있으나, 규제 여건상 디지털 유니버설 뱅킹을 위한 독자적 플랫폼 제공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한은은 “은행과 빅테크 간 공정한 경쟁여건 조성에 대해 살펴보고, 금융시장 재편 과정에서 빅테크 플랫폼의 영향에 따른 은행 수익성 악화와 이로 인한 위험추구 가능성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금융시장의 디지털 의존도 증가로 인한 사이버·운영 리스크 등 새로운 리스크에 대해서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