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서 장교·용병 역
2022년 2월 2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달 24일부터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는 수많은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주조연 배우를 비롯해 앙상블 배우들까지 한 번의 무대에 오르는 인원만 무려 30여명, 멀티캐스팅까지 포함하면 참여 배우는 무려 40명을 넘어선다.
수많은 배우들 중에서 단 한 번의 출연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앙상블 배우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뮤지컬 배우 심건우는 ‘프랑켄슈타인’에서 뿐만 아니라 어떤 작품에 참여해도 유독 기억에 남는 배우다. 진한 이목구비에 깔끔하게 정돈된 수염 등 외적인 모습으로 먼저 시선을 끌고,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2009년 ‘맘마미아’로 데뷔하고, 벌써 13년차가 됐어요. 시간이 참 빠르죠?
네, 언제 이렇게 됐나 싶어요. 정신 차려보니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네요. 많은 것이 변해가는 상황을 마주하다 보니 요즘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걸 실감합니다.
뮤지컬을 처음 만난 건 대학생 때였어요. 뮤지컬을 만나기 전까지 경남지역에서 댄서로 활동했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춤으로 대학 진학이 필요했었는데 감사하게도 뮤지컬과로 입학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죠. 부산 동서대학교 뮤지컬 학과를 졸업했는데, 입학했을 2003년 당시 현재 프로그램 등을 통해 등장하는 ‘힙합’이나 ‘코레오’ 스타일의 장르가 아닌 거의 재즈 댄스로 입시를 봤었어요. 아마 입시장에선 굉장히 독특한 친구로 보였을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예체능학과의 삶으로 운이 좋게 군악대로 다녀오고, 복학하고 졸업할 시기에 도전으로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 작품이 저의 데뷔작 ‘맘마미아’였습니다.
-그간 뮤지컬은 물론, 예능, 드라마, 콘서트, 광고 등 정말 바쁘게 활동해오셨는데요, 지난 13년을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이전에는 제가 가진 재능을 좋게 봐주시고 다양한 곳에서 절 찾아주셔서 너무 신나게 작업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찾아주셨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생깁니다. 현재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뮤지컬을 하면 아무래도 연습과 공연시간에 맞춰 촬영 시간을 조정해야 되다 보니 안타깝게 이뤄지지 못했던 촬영들이 있었습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나 사실상 어려운 점들이 많아요. 공연이 끝나고 난 이후 열심히 광고 활동도 하려고 합니다.
다방면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고, 계속 그분들이 절 찾아주실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사실 저는 조금 잡학다식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바버샵 헤어스타일, 스트릿 패션 등을 검색하고 꾸준히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제 13년 활동의 다양성에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웃음).
-13년이면 많은 것이 달라졌겠죠?
데뷔 초만 해도 라이선스 작품의 뮤지컬이 거의 전부였어요. 티켓 예매처만 들어가도 대부분이 라이선스 뮤지컬이었죠. 지금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레플리카와 논 레플리카의 작업 방식도 배우들과 관객분들이 모두 이해하며 작물을 대하는 것 또한 이젠 많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제가 데뷔 당시 막내일 때만 해도 선배님들께서 ‘주조연의 메인 캐릭터를 하려면 앙상블로 계속 참여하기보다는 작품을 쉬더라도 꾸준히 도전하며 발돋움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을 굉장히 많이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뮤지컬 배우를 지망하는 분들부터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분들까지 배우들이 많아져서 그만큼 오디션 기회도 적어지고 있고요. 결국 앙상블 배역의 연령대가 많이 넓어졌고, 무조건 배역에만 고집하지 않고 앙상블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엄연히 배역 이름이 다 존재해있기도 합니다.
현재 제가 참여하고 있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임은영, 이우승 선배가 앙상블 배역으로 같이 하고 계신다는 점이 후배들에게 큰 중심이 되고 있어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에요.
-‘프랑켄슈타인’은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죠.
리딩 때 ‘아차 이랬었지’하며 다시 느꼈던 점이 있어요. 이 작품의 넘버가 정말 좋다는 점, 안무 연습 땐 ‘안무가 정말 너무 멋지지만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점, 그리고 리허설 하면서는 퀵체인지가 많고 전환이 빠르다 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저희 작품의 매력이기에 그만큼 무대 위나 바깥이 모두가 다 뜨겁고 관객분들께서는 좋아하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넘버나 강렬한 스토리 등 난이도에 있어서 악명 높은 작품이기도 하죠.
각 장면에서 노래, 연기, 안무든 상관없이 모든 배우들이 마치 장풍을 쏘기 직전 기를 모으는 사람들처럼 에너지를 모아 한 번에 발산하는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극적이기에 적당하게 조절이 되지 않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체력안배를 한다고 해도 좋은 밸런스를 찾아간다는 것이 원캐스트로서 가장 신경 쓰이고 힘이 드는 부분입니다. 항시 컨디션을 잘 관리하고 치료를 병행하면서 맡은 바 책임지고 성실히 문제없이 수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장교, 용병 역으로 출연하고 계시죠. 캐릭터들에 대해 설명부탁드려요.
‘장교’ 역은 극 초반의 워터루 전쟁을 이끄는 인물입니다. 굉장히 카리스마 있고 각이 살아있고, 군 조직의 상하관계가 명확하게 있는 천상 군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극 후반에 ‘오늘 밤엔’ 넘버에 등장하는 ‘용병’ 역은 현역에서는 물러났지만 전쟁 선수들로 구성된 엘리트 예비군들입니다. 용병대장의 역할은 따로 있고, 저는 오른팔 정도의 세력을 가지고 있으며, 용병들은 다들 뭔가 껄렁껄렁하고 다소 냉소적이기도 합니다.
-작품과 어우러지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셨는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장교와 용병 모두 큰 카테고리가 ‘군인’이라는 영역 안에 있기 때문에 참고할 레퍼런스들이 필요했었습니다. 특히 장교는 원칙주의자, 현실주의자 같은 느낌이 느껴져서 곡선보다는 직선이나 직각의 모습들이 필요했기에 ‘가짜 사나이’ ‘강철부대’ 등 프로그램에 나오는 교관들의 모습 등을 참고했었습니다. 용병은 사실 그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느낌으로 생각했습니다. 매회 열심히 표현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삼연때와 이번 사연에서의 다른 점이 있다면요?
바로 팀워크입니다. 저번 시즌의 팀워크가 별로였다는 것이 아니라 유독 이번 ‘프랑켄슈타인’ 팀은 하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우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스태프까지 모두 하나로 잘 지내고 있어 정말 행운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코로나를 크게 원망한 적이 몇 번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전염병이 없는 예전과 같았으면 회식이나 엠티로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많이 즐거웠을 텐데’ 하면서 이러한 상황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팀에서 거의 맏형격이실 것 같은데, 후배들과 함께 하면서 책임감도 클 것 같은데요.
전 좋은 팀이 되게 위해서는 분위기가 제일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배우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지만 팀 분위기에 따라서 그 사람을 도와주면서 동행하거나 혹은 조금 극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원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이러한 팀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연습실에서 신경을 조금 쓴 거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조금 뜻이 다를 수도 있지만, ‘청천벽력’ 같은 작품이랄까요? 마른하늘의 날벼락만큼 임팩트 있고 강렬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작품 ‘프랑켄슈타인’에게 한번 맞으시면 정신 못 차리며 헤어 나오지 못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작품에 애정이 남다르네요. ‘프랑켄슈타인’ 외에도 이전에 참여했던 많은 작품들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작품도 있나요?
2017년 참여 했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리해랑’ 역으로 참여 했었는데, 공연 말미에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격투 장면에서 서로 간의 합이 맞지 않아 소품으로 제작된 도끼에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었어요.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공연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 채 응급실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공연도 2주 정도로 조기 폐막하게 되었고, 마지막 공연 때 관객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도 드리지 못한 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를 멋있게 끝내지 못해 너무 슬프고 아쉬워서 저 혼자만의 아픈 손가락인 작품입니다.
-무대에선 정말 위험한 순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또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가장 큰 이벤트가 있다면 어떤 사건들이 있었을까요? 혹은 심건우 배우의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이라든지.
저의 터닝포인트는 결혼이고, 그 이후 제게 완벽한 터닝포인트는 바로 아이의 탄생입니다. 그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현실적인 시선을 가지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이제는 이상만을 좇아가는 건 조금 사치라고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도 작품에선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아무튼 제 터닝포인트는 와이프와 세 살 아들이에요. 절 멋지게 변화시켜주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심건우 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한 명을 꼽자면요?
역시 아내입니다. 저희는 2014년도에 공연했던 ‘황태자 루돌프’에서 만난 후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2003년도에 데뷔 이후 출산을 제외하면 3개월을 채 쉰 적이 없는 베테랑으로 현재 ‘엑스칼리버’ 서울 앙코르 공연을 준비 중에 있는 한연주 배우입니다. 같은 업계의 배우로서 현실적인 피드백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해주고, 동료로서 또한 선배로서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보컬 코치로도 활동하고 계시죠.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에게 오디션을 잘 보는 팁을 하나 주자면요?
팁이라기보다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전 코칭을 할 때 항상 하는 말이 하나 있는데, ‘너무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디션장 특성상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또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에 기본적으로 경직될 수밖에 없어 마인드컨트롤 싸움이 현장에서의 매력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물론 연습량은 베이스로 깔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배우는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좀 낯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강점과 매력을 어필해보자면요?
친구들이 제 공연을 보고 하는 말이 ‘3층 끝줄에 앉아서 관람해도 네 얼굴은 찾겠다’입니다. 그만큼 마스크가 진하게 생겼고, 긴 속눈썹에 친 커튼 스터블 스타일의 수염도 있어 무대에서 제 이미지가 한번 각인되면 잊기 힘드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열심히 해서 좋은 연기, 노래, 춤을 보여드려 또 그 모습을 좋아해 주신다면 저를 기억 못 하실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이름은 가물가물해도 제 이미지만큼은 누구보다 강하게 기억될 자신 있습니다(웃음).
-뮤지컬 배우로서 절대 변하지 않는 신념이 있나요?
제 스스로의 신념이라면 ‘어떻게든 재미를 느끼자’는 마음이고요, 관객분들에게는 ‘안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작품에서 캐스팅이 공개가 되었을 때, 혹은 나중에라도 제 이름을 보셨을 때 관객분들께서 믿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어려운 숙제가 되겠지만 잘 풀어나가 보고 싶고, 좋은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