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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안희연, 치열했던 20대 지나 찾은 여유


입력 2021.12.27 07:38 수정 2021.12.26 17:39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목표지향적이었던 과거…현재에 충실한 지금처럼 좀 더 살고파”

“연기의 재미? 캐릭터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어 좋아”

배우 안희연에게 ‘아이돌’은 마냥 반갑고, 편한 작품은 아니었다. 과거 아이돌 활동 시절 겪었던 고민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안희연은 ‘아이돌’이 담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픈 욕심이 있었고, 이를 잘 담아낸 것으로 만족했다.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안희연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아이돌: 더 쿠데타’(이하 ‘아이돌’)에서 망한 걸그룹 코튼캔디의 멤버 제나를 연기했다. 당당하게 내 꿈에 사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고군분투하며 어려움에 처한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 역할을 소화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룹 이엑스아이디(EXID) 활동 이후 오랜만에 걸그룹의 모습으로 돌아갔던 안희연은 반가움과 어려움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코튼캔디 멤버들과 함께하며 팀 활동의 재미를 다시 경험한 것은 반가웠지만, 당시의 고민을 다시 마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정이 너무 많이 들었다. 캐릭터와도, 함께한 사람과도 모두. 그래서 섭섭하다. 오랜만에 팀 안에 있었기 때문에 다시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처음에는 감정신에서 실패하기도 했다. 제나는 아픈데, 여기에 있는 나는 아프지가 않은 거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야 했는데, 그 마음을 먹는 게 제일 힘들었다. 4~5개월 동안 20대 초반의 마음을 느끼려고 했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대다수의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한동안 ‘아이돌’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노력한다. 힘들게 벗은 아이돌 이미지를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시금 되새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있을 법도 했다. 그러나 안희연은 그러한 계산보다는 작품의 메시지에 먼저 집중했다.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좋았고, 나도 위로를 받았다. 연어 같은 드라마였던 것 같다. 결국에는 코튼캔디가 해체를 하고, 각자의 길을 떠는데, 그것이 그 친구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들은 ‘그게 청춘’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그런 지점에 공감을 했다. 내가 거기서 위로를 받았듯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친구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실제로 그룹 활동을 마무리한 이후, 안희연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여유를 되찾았다. 편도 티켓만 끊어 떠났던 그리스 여행에서 바쁜 그룹 활동을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며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룹 활동을 하면서는 변할 수가 없다. 내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활동이 끝나고, 바로 배낭여행을 갔다. 아무 계획이 없이 무작정 떠났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었던 거다. 다시 나랑 더 가깝게, 또 친해지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이제는 한결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과거에는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면, 이제는 ‘현재’의 행복을 만끽하기로 결심했다. 치열했던 시기가 있어 지금의 마음가짐도 가능했다는 안희연은 30대가 되며 찾은 여유를 좀 더 즐기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예전에는 목표를 물으면 대답이 쉬웠다. 늘 정해둔 목표가 있었으니까. 이제는 그런 걸 정해두지 않는다. 그래서 계획에 대해 물어보시면 생각이 안 난다. 지금처럼 조금 더 살아보고 싶다.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연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떠한 목표를 위해 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안희연은 우연히 경험한 연기의 재미에 매료됐고, 앞으로도 그 ‘재미’를 원동력 삼아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내 연기 원동력은 재미다. 이번에도 제나를 알아가는 게 좋았다. 제나는 밥을 숟가락 위주로 먹을까, 젓가락으로 먹을까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 과정이 너무 재밌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무언가가 오고 간다. 감정이 오고 가니까 마음이 닿는 느낌이 있는데, 그게 너무 짜릿하다. 기존에 내가 이 시각으로 세상을 봤으면, 어떤 캐릭터를 통해 조금 넓어진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물론, 타인과 우리, 세상을 보며 너무 배우는 것들이 많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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