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포함 서방국가들의
의용군·군사 장비 지원 두고
"우크라를 싸움으로 내몰아"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옹호하며 미국을 거듭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우방국으로 꼽히는 중국조차 '적극적 지지'를 삼가는 상황에서 북한이 총대를 메고 '러시아 스피커'를 자처하는 모양새다.
'미국 위협'을 명분 삼아 불법 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이 같은 이유를 들어 전쟁을 개시한 러시아를 지지하며 향후 '뒷배' 역할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북한 외무성은 23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장본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을 규합해 우크라이나에 고용병(의용군)을 대대적으로 파견하고 방대한 군사 장비를 제공하고 있는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의 싸움으로 내몰아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저들의 세계 제패 전략을 실현해보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국제사회가 미국에 의하여 산생된 엄혹한 현실을 통해 세계 도처에서 안정을 파괴하고 전란을 초래하는 장본인, 평화의 유린자가 누구인가를 똑똑히 보고 있다"고도 했다.
외무성의 관련 주장은 모두 러시아 측 자료를 일방적으로 인용한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서방국가들과의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소셜미디어 계정 등으로 자국 주장을 담은 각종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북측은 러시아 국방부 '통보'를 근거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생물무기 개발을 암암리에 추진해온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 온 세계가 법석 끓고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에 거듭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반박'을 그대로 인용해 힘을 보탠 셈이다.
북한 외무성은 러시아 국방부·외교부 발표 내용을 언급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감행한 군사생물 활동의 진상을 폭로하는 증빙자료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계를 지배하려는 패권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절대적인 힘의 우세를 제창하며 생물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육무기 개발에 광분하고 있는 미국이야말로 온갖 악의 본산, 지구상의 악성종양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형 미사일 개발, 대북제재 문제 등에 대한 러시아 지원을 기대하고 대외 여론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러시아 편을 들며 향후 러시아가 추가 유엔 대북제재를 막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추가 제재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한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안보리 제재는 만장일치 형식으로 채택돼 러시아가 반대할 경우 도입이 불가능하다.
러시아 전문가인 스티븐 블랭크 미국 외교정책위원회(AFRC) 선임연구원은 "ICBM 발사와 관련된 러시아 지원을 받기 위해 북한이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미사일 원천기술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러시아의 대미 전선에 힘을 보태며 추가 기술 지원을 모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