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맞선’ 8회 만에 10% 돌파
‘넷플릭스 톱(TOP) 10’ 3월 넷째 주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1위
재벌 3세와 평범한 여성이 우연한 기회에 만나 사랑에 빠지는, 철 지난 ‘신데렐라 스토리’를 담는 ‘사내맞선’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로맨스 웹툰 특유의 ‘알면서도 끌리는 매력’을 제대로 부각하고, 세련된 연출을 통해 식상함을 낮춘 것이 비결이 되고 있다. 기존에 로맨스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들과는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면서 ‘클리셰 맛집’이라는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4.9%로 시작한 SBS 드라마 ‘사내맞선’은 첫 방송 이후 호평을 받으며 꾸준히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 8회에서 10.8%를 기록,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으며 9회에서 11.6%를 기록하며 다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넷플릭스에서도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지난 30일 ‘넷플릭스 톱(TOP) 10’에 따르면 ‘사내맞선’은 3월 넷째 주(21∼27일) 시청 시간 3940만 시간을 기록해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3월 둘째 주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6위를 기록했으며, 셋째 주에도 1위를 차지했었다.
호평을 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사내맞선’이지만, 방송 전과 초반까지만 해도 이 드라마의 뜨거운 인기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원작 웹툰 자체도 백마탄 왕자님을 연상케 하는 남자 주인공과 밝고 씩씩한 캔디형 여자 주인공의 사랑을 그리고 있어 다소 구시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
여기에 로맨스 웹툰 특유의 설정을 현실로 옮겨와 드라마화하는 것 역시도 쉽지는 않다고 여겨졌다. 그간 ‘치즈 인 더 트랩’, ‘여신강림’, ‘유미의 세포’, ‘알고있지만’ 등 인기 원작을 드라마화하는 경우들이 꾸준히 있었으나, ‘유미의 세포들’처럼 성공적인 드라마화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수의 작품들이 원작을 현실적으로 옮겨오는 것에 집중했고, 이에 웹툰과 드라마 사이 애매한 정체성을 보여주며 원작 팬들에게도, 대중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기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내맞선’은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한계를 극복 중이다. 이 드라마는 현실이 아닌, 웹툰 속 세계라는 것을 강조하며 만화적 매력을 그대로 살려 오히려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방송 초반 웹툰 이미지를 대놓고 등장시키는가 하면, 신하리의 휴대폰에서는 강태무 사장을 상징하는 시조새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빚더미에 앉은 신하리의 과거를 설명할 때도 이를 한 편의 연극처럼 설명하는 등 만화적 상상력을 그대로 드라마로 옮겨와 유쾌함을 배가시킨다. 주인공들 역시 드라마의 톤에 맞춰 다소 과장된 말투와 표정 연기를 펼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특히 설정이 진부하고, 우연이 남발돼 개연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 아닌, 웹툰 속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면서 이 단점들이 자연스럽게 지워지곤 한다. ‘드라마화’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웹툰이 원작이라는 것을 정면으로 드러내며 작품을 마음껏 즐기게 한 것이 ‘사내맞선’만의 독특한 매력이 된 셈이다.
여기에 시의성 있는 이야기를 적절하게 버무리며 시청자들의 깊은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극 중 진영서가 불법 촬영 피해를 입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진영서가 이웃 남자에게 받은 소품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를 발견하고, 이에 진영서는 그를 붙잡아 경찰에 넘긴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벌금형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되며 현실감을 높였다면, 이를 알게 된 강태무가 그를 퇴사시키는 속 시원한 결말로 카타르시스를 안기며 드라마의 유쾌한 분위기도 이어갔다.
이 외에도 PPL로 등장한 김치, 만두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해외 바이어들에게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와 옹기의 효능에 대해 설명을 하는가 하면, 만두를 ‘한국 음식’이라고 지칭하며 “만두 패키지 표기는 영어로도 ‘만두(MANDU)’로 해 한글 이미지를 살리자”고 강조하는 등 긍정적인 방식으로 이를 활용해 ‘오히려 반가운 PPL’이라는 평가를 끌어내기도 했다.
소재 자체는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시의적절한 소재라고 평가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도 진부하지 않게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들이 드라마에 담긴 것이다. 이미 다 아는 장르, 전개도 ‘어떻게’ 담아내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웹툰 드라마화의 성공 사례가 되고 있는 ‘사내맞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