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수사팀, 무혐의 처분 이유 수사상황 보고…이정수 지검장 결단 남아
무혐의 처분 더 미뤘다간 역풍 불가피…법조계 "직권남용죄로 고발당할 수도"
"한동훈 피의자 신분 억지로 유지시켜도 견제 효과 의문…비난만 자초하는 악수"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한 수사 결과를 이정수 지검장에게 보고해 최종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팀은 4일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 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실상 이 지검장의 최종 결단만 남았다. 다만 이 지검장은 한 검사장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만큼, 쉽사리 무혐의 결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더불어 친정권 검사 '투톱'으로 지목돼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검사장 승진과 함께 대검의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부장에 임명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검찰 인사 등을 책임지는 검찰국장에 임명됐다. 지난해에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이 산적한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으면서 정권말기 '방탄검찰'을 자처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처럼 친 정권 행보를 지속해온 이 지검장은 한 검사장의 무혐의 처분이 달갑지 않은 입장이다. 한 검사장은 재작년 '조국사태' 국면에서 정권 주요 인사들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왔고 지난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이 나오자 검찰 내 친정권 인사들을 겨냥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법조계는 한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나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 윤석열 정권 동안 검찰 최고 실세로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검사장과 악연을 쌓은 친정권 검사들은 다음 인사에서 일제히 좌천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한 검사장의 무혐의 처분을 차일피일 늦추며 해를 넘긴 것부터 명백히 비정상적인 행태고, 한 검사장의 불만을 사는 것 역시 당연하다"며 "지검장직은 다음 인사에서 고검장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나, 이 지검장은 책임을 묻고 한직으로 전보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한 검사장의 거취를 놓고 검찰은 물론 정치권의 관심까지 쏠리면서 더 이상 그의 처분을 늦추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특히 수사팀은 한 검사장이 무혐의라는 의견을 수차례 낸 것으로 알려진 만큼 또다시 처분을 유예하다간 적잖은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또다시 구실을 만들어 한 검사장 무혐의 처분을 미루면 단순 정치적 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직권남용죄로도 고발당할 수도 있다"며 "시기가 언제든 한 검사장의 중용은 사실상 예정된 상황에서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정치적으로 자책골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안의 최대 변수는 '수사지휘권 발동' 카드를 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31일 추미애 전 장관의 수사지휘로 검찰총장 지휘가 배제된 사건들에 대한 지휘권 복원을 검토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한 검사장 사건의 무혐의 결론을 막기 위해 추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박 장관은 하루 만에 지휘권 복원 검토를 중단했다. 그러면서도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법률에 근거한 체계에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논의가 중단되고 완전히 없었던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지휘권 복원을 다시 추진할 여지를 남겨놨다.
이에 대해 임무영 변호사는 "이미 한 검사장은 혐의가 없다고 보는 여론이 대세인 상황에서 그의 피의자 신분을 억지로 유지해봤자 실제로 그에 대한 견제 효과를 낼지조차 의문스럽다"며 "문재인 정권 사법부 인사들의 비상식적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만 자초하고, 정치적으로는 아무런 실익도 챙기지 못하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