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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PD들⑭] ‘BL 드라마 1세대’ 황다슬 PD에게도 ‘도전’이었던 ‘블루밍’


입력 2022.04.07 13:07 수정 2022.04.07 14:5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BL 인기? 분위기는 밝지만, 현실 속 어려움 알기에 더 열렬하게 응원 하는 것 같다.”

“주인공 케미 위해 촬영 전 미팅, 리딩 반복…감정선에 대한 이야기 나누며 작품에 빠져들었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2020년 공개된 BL 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연출한 황다슬 PD가 새로운 BL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제작사 NEW의 첫 BL 드라마인 ‘블루밍’을 통해 두 영화과 학생 시원과 다운의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다.


인기 BL 웹툰 ‘인기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를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황 PD가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함께한 프로듀서에게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원작이 담고 있는 인물들의 풋풋함에 매료된 황 PD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그의 세 번째 BL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NEW

“제안을 받고 원작을 보니 대사도 그렇고, 인물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기존에 내가 가진 결과 비슷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원작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작가님을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재밌기도 했다. 하게 되면, 원작과 함께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웹툰을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변화’는 필요했다. 제목은 물론, 기존 캠퍼스물과의 유사성을 피하고자 주인공들의 학과를 영화학과로 바꾸며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색다른 흥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면서 인물들의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기게 됐고, 이에 황 PD도 이번 작품을 통해 소재의 폭을 넓히는 도전을 하게 됐다.


“인물들의 학과도 달라지고, 가정사도 추가되면서 원작과는 조금 달라졌다. 원작 내용을 너무 그대로 가지고 가게 되면 원작의 색을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았다. 또 캠퍼스물에서 봤던 전형적인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교양 듣다가 만난다거나, 이런 설정에서 탈피하고자 영화학과를 택했다. 본인 영화를 만들면서 아픔을 승화시키는 과정 같은 것도 담으려고 했다. 20살은 아직 소통에 미숙하고, 실수를 하기도 하는 나이지 않나. 부족함과 상처와 같은 것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황 PD가 또 하나 신경을 쓴 부분은 주인공들 간의 ‘케미’였다. ‘블루밍’은 주인공들의 멜로가 얼마나 풋풋하고, 또 애틋하게 그려지는지에 따라 드라마와의 완성도가 결정되는 로맨스 장르였기 때문. 이에 황 PD는 일대일 오디션이 아닌, 짝을 지어 오디션을 함께 보는 방식을 택하는 등 준비 과정에서부터 인물들 간의 조화를 염두에 뒀다.


“연기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둘의 케미도 중요했다. 오디션을 볼 때 짝을 지어서 보기도 했다. 많은 분들을 봤고, 오래 보기도 했다. 오디션 이후 촬영 전 미팅도 많이 했다. 리딩을 오래 하기도 하고, 감정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나도 작품에 더 빠져들게 되고, 주인공들도 그랬다. 준비 기간 동안 부탁을 하지 않아도 두 주인공이 따로 연습을 하곤 했다.”


ⓒNEW

이 작품으로 세 번째 BL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이제는 BL 드라마계에서 황 PD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다. 지난 2020년 공개된 강 PD의 첫 연출작이자 국내 첫 BL 드라마인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공개 당시 중국 웨이보의 K-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일본 라쿠텐 TV의 종합드라마 부문 1위를 달성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이후 공개된 ‘나의 별에게’ 역시 큰 인기를 얻으며 시즌2 제작을 확정하는 등 BL 마니아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그는 BL 드라마들이 내포하는 아픔이 마니아들의 깊은 몰입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지금의 인기를 분석했다.


“‘우정은 사랑의 일종이다’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찰나에 BL물을 만나면서연출을 하게 됐다. 감사하게도 인기를 얻으면서 계속해서 BL 드라마 작업을 하고 있다. 하다 보니까 매력은 BL 장르 자체는 성 정체성과 같은 어두운 면을 다루지 않지만, 현실 세계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 같다. 그들의 사랑이 더 아프게, 아름답게 느껴지다 보니 더 열렬하게 응원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웹드라마 ‘내 맛대로 하는 연애’, ‘300살 20학번’의 각본을 쓰며 드라마 작가로 활동을 하던 황 PD는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통해 감독으로 영역을 넓힌 뒤, 국내외는 물론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까지 넘나들며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앞서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나의 별에게’를 영화 버전으로 재편집해 넷플릭스로 공개하면서 콘텐츠의 새로운 활용법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이렇듯 여려 영역을 넘나드는 것이 물론 어렵지만, 즐겁게 이 과정들을 즐기고 있었다.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연출에 익숙해지다 보면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에 찍으면서 신기한 부분은 내가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도 이것이 어디에서 방영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정해두는 작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점차 경계들이 무너지고 있는데, 큰 틀에서 보면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같은 것 같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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