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유산' 없이 출범한 尹 정부
지지율 하락에 당내 반성 목소리
군기반장 자처한 윤상현 "말 아껴라"
홍준표 "朴 정권 2기 만들거냐"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 달여 만에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심기일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국정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당내 갈등을 봉합하며 원심력을 차단하는 한편, 정부와 함께 민생 관련 정책을 쏟아내며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인사 논란 △경험 부족 △경제 문제 등이 꼽힌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나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결과론적 분석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다. 취임 두 달 만에 평가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에서다. 근본적인 요인으로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유산'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의 레거시를 상속한 각 정당의 대주주였지만, 윤 대통령은 그와 같은 유산이 없다"며 "정치적 '흙수저'이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낮은 지지율로 출발했다. '윤핵관'이라는 분들도 원래 당내 기반이 튼튼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뒷받침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지층의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5%p 하락한 32%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인 60대에서 긍정평가가 50%에서 39%로 11%p 빠진 것이 컸다. 여론조사 업체의 한 대표는 "대통령 지지율 변동폭이 상당한 편"이라고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국민의힘 보다 낮게 집계되는 점에 주목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8%다. 지난주 대비 3%p 하락했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 보다는 높은 수치다. 이는 대통령의 집권여당 그립을 약화시켜 원심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尹은 정치적 흙수저, 당이 힘 실어줘야"
이미 일부 인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기도지사 경선 탈락 후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며 윤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던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북콘서트를 시작하며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 징계 중인 이준석 대표는 당원 모집에 나서는 한편,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경험이 많은 중진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집권 초기 국정 동력 약화는 국가적인 손해일뿐더러 당에도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친박과 비박의 갈등으로 결국 정권을 내줬던 전례가 대표적이다. 당권 로드맵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권성동 직무대행과 장제원 의원이 굳이 언론이 보는 앞에서 만나 한목소리를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4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쓴소리는 좋다. 하지만 수많은 쓴소리가 언론을 통하는 순간 자해에 가까운 비수로 변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봐왔다"며 "대통령과 여당에게 정말 크리티컬한 문제가 아니라면 가급적 말의 무게를 고민하고 아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지 1년 남짓 됐다. 우리가 선택하고 뽑았다. 힘을 실어주고 반대세력의 부당한 공격에는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며 "귀순 어민을 억지로 북송시키고도 '본인이 죽어도 북한 가고 싶다고 했다'고 거짓말하는 정권을 또다시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개혁적 보수 내세워 박근혜 정권 탄핵하고 문재인 정권을 세운 게 개혁적 보수였나. 그래 가지고 5년 동안 이 나라가 어떻게 됐느냐"며 "갓 출범한 윤석열 정권이 갈팡질팡하면 도와줄 생각을 해야지 또 개혁적 보수 내세워 박근혜 정권 데자뷔를 만들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개혁적 보수를 내세우며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적군인가 아군인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