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뮤지컬로 제작...세계시장 겨냥
"한국적이면서 보편적 감성 건드릴 수 있는 이야기 필요"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다수의 한국 드라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오징어게임’과 ‘사랑의 불시착’은 물론 한국판 ‘종이의 집’ 등의 이야기 속에는 ‘남북관계’가 각기 다른 형태로 녹아 있다.
‘오징어게임’엔 탈북자가 등장하고, ‘사랑의 불시착’은 남녀북남의 사랑을 그린다. 또 한국판 ‘종이이 집’은 공동경비구역(JSA) 안에 남과 북이 협력해 세운 공동경제구역(JEA)라는 가공의 도시가 등장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남북관계’가 K-콘텐츠 성공의 핵심 키워드라는 말까지 나온다.
남북관계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갈등구조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다. 한 민족임에도 7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립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즉 이런 이례적인 현실이, 드라마에서 갈등 구조를 구축하는 주요 소재로 활용되면서 전 세계인들의 관심도를 높이게 된 셈이다.
K-드라마의 성공 사례는 뮤지컬계에서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데스노트’ ‘마타하리’ ‘웃는 남자’ 등 국내 히트 뮤지컬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우선 과제로 “‘오징어게임’처럼 한국적이면서도 다른 나라 문화권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라며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뮤지컬로 제작되는 ‘사랑의 불시착’에 대한 기대도 크다.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라와 그녀를 지키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의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9월 16일 코엑스아티움에서 첫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방영 당시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방송 이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한류 붐’을 일으킨 작품으로 꼽힌다. 남북의 분단 상황을 배경으로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사랑, 사람 이야기 등 보편적인 소재를 선보이면서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었다는 평이다. 이를 원작삼은 만큼, 뮤지컬은 기획 단계부터 해외 무대 진출을 염두에 뒀다.
제작사 (주)팝뮤직 김진석 대표는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기획 단계부터 월드 투어를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월드 프리미어 이후 세계 각지에 우리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제작사로 나선 (주)T2N미디어 김태형 대표 역시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원작 드라마와 같이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작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관계자들은 이미 국내 뮤지컬 시장의 제작 능력은 여러 차례 증명돼 왔고, 배우의 수준도 전 세계에 비견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세계화를 내다보고 있는 뮤지컬계에선 수준 높은 제작 능력과 배우들이 놀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분단 상황이 향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뮤지컬 콘텐츠의 소재로 적극 활용될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만큼 한국만이 가진 특수성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면서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기 좋은 소재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의 갈등은 현존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단순한 흥미 위주의 활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