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강 문란" 언급하며 경찰 반발 비판
국무회의서 관련 법안 의결해 강공 모드
'비대해진 경찰 권력 견제' 원칙론에 더해
국정 동력 흔들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행정안전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대해 일선 경찰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라는 원칙론에 더해 취임 초기 국정 운영 동력의 시험대라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경찰 내 총경급 경찰서장들이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반발해 별도 모임을 가지는 등 단체 반발에 나서는 데 대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안에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들어 "행안부와 경찰청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며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을 보였던 것과 한층 달라진 모습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경찰국 설치를 위한 실질적인 절차에도 속도를 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같은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통상적으로 40일이 소요되던 입법기간을 4일로 단축시켰을 만큼 해당 안건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같은날 오후 이뤄진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윤 대통령의 경찰국 신설에 대한 강행 의지는 감지됐다. 그는 이 장관의 업무보고가 끝난 직후 "신설된 경찰국에서 인사와 경찰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피력했다.
대통령실 측과 행안부가 내걸고 있는 경찰국 설치의 우선적인 명분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인해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의 필요성이다.
이상민 장관이 경찰 조직을 겨냥해 "무장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상부의 지시에 위반해 임의적으로 모여 정부의 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부처 측이 이처럼 강경한 스탠스를 유지하는 상황이 최근 주춤하고 있는 국정 운영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하락하며 국정 운영 동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선 수사기관의 반발에 위축되는 모습까지 보일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감도는 것이다.
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기본적인 성향도 경찰국 신설 강공 드라이브에 영향을 미쳤지만, 리더십을 굳건하게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선 진영의 반발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향후 경찰국 신설과 관련한 논란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취임 초기 국정 운영 동력의 시험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바라봤다.
정부가 인사 속도전으로 집단 회의를 주도한 간부들의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 또한 나오고 있다. 행안부는 다음 달 2일 경찰국 출범과 함께 경무관 전보를 단행하고 연말에 있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승진 대상자 인선 작업도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