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인노회 탈퇴 대가로 경찰 특채 의혹 강하게 부인
학생운동 후 강제징집 된 뒤 녹화사업 대상자로 관리…프락치 의혹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일로 어떤 사람의 명운 좌우하는 것, 너무 성급"
33년 전 노동운동을 함께 한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경찰에 대공요원으로 특채됐다는 의심을 받는 김순호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18일 국회에 출석해 자신의 경찰 입문 과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거듭 부인했다.
김 국장은 1989년 자신이 활동했던 노동운동단체 인천부천노동자회(인노회)를 탈퇴하는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느냐는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 질문에 "대공요원 특채시험에서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에 모두 합격해 채용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경찰에 입문하기 전에 인노회 활동을 하다 전향한 사실에 대해서는 "주사파 활동에 대한 염증, 주체사상에 갖고 있는 공포 때문에 전향하게 됐고 이런 것들을 해소하는 길이 뭔가 생각한 끝에 경찰이 되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노회는 2020년 대법원 판결 전까지 이적단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9년 '김 국장으로부터 인노회 사건 수사에 큰 도움을 받고 그를 특채했다'는 홍 모 전 경감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서도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경위서에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문장을 쓴 담당자로 지목된 홍 전 경감이 자신에 대한 특채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 지적에 김 국장은 "아니다. 당시 특채가 있다고 안내해준 정도"라고 답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 국장의 인사과정에 대해 "김 국장이 (경찰 재직) 30년 동안 우수한 평가를 받았고 동료 후배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경무관에 승진하며 엄격한 심사를 거쳤기 때문에 (적절한 인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김 국장이 '밀정' 의혹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민주당 최기상 의원 지적에 "30년 전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서 지금 30년 후의 기준 잣대로 그 직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일로 어떤 사람의 명운을 좌우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국장의 과거 의혹 규명에 대해서는 "저한테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김 국장이) 받고 있는 의문이 합리적인가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인노회에서 활동하다 1989년 4월 잠적했고 그 무렵 동료 회원들은 줄줄이 체포돼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15명이 구속됐다. 김 국장은 같은 해 8월 경장으로 특채됐으며 이후 대공분실에 근무하면서 4년 8개월만에 경위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인노회 활동 전에는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 된 이후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녹화사업(사상전향 공작) 대상자로 관리받았다. 이후 프락치로 활동하면서 대학 서클 동향을 수집해 보고했다는 의혹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