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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헬로스테이지] 재미와 감동 뛰어 넘는 ‘웃는 남자’, 그 안에 담긴 가치


입력 2022.08.22 08:29 수정 2022.08.22 08:2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박효신 박은태 박강현 '그윈플렌' 역 열연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찢어진 입.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가 찢어 생긴 양옆의 긴 흉터 때문에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과장되게 웃는 남자가 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탄생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어린 그윈플렌이 한겨울 눈밭에 홀로 버려지면서부터 시작된다.


ⓒEMK뮤지컬컴퍼니

컨퀘스트 박사 일행으로부터 버려져 홀로 남게 된 그윈플렌은 눈보라 속을 헤치며 정처 없이 떠돌던 와중에 눈이 보이지 않는 여자 아기 하나를 구조하게 되고, 그의 이름을 ‘데아’라 짓는다. 추위를 피할 곳을 찾다 우연히 발견한 마차 안에는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가 있었다. 우르수스는 가엾은 두 아이를 거둬 가족처럼 함께 살아간다.


우르수스가 이끄는 유랑극단에서는 영원히 웃을 수밖에 없는 그윈플렌의 사연을 담은 극중 극 ‘웃는 남자’를 무대에 올려 돈을 번다. 서커스단 같은 유랑극단원들이 작은 무대를 갖추고 호객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웃음을 산다. 씻을 수 없는 그윈플렌의 상처가,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관객들을 치유하는 순간이다.


특히 부풀려지고 반짝이는 귀족들의 의상과 소박하게 매일을 살아가는 유랑극단의 모습이 극명히 대조되는데 이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순수함을 상징하는 그윈플렌과 데아의 모습은 영국 귀족들이 보여준 위선과 오만에 대비되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건넨다.


무대 연출도 주목할 만하다. 그윈플렌의 찢어진 입을 연상케 하는 곡선 디자인, 복잡하게 얽힌 나무 구조물이 무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낡았지만 따스한 공간들은 그윈플렌을 비롯한 인물들이 겪어온 고통과 상처를 연상케 하는 요소이자,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귀족을 비판하고 평민들의 처지는 가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극 안에서 반복적으로 원작 소설에 나오는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다’라는 말이 등장하고, 귀족들은 ‘우린 상위 1%’ ‘(평민들에겐) 행복할 권리가 없다’고 노래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압도적이다. 그윈플렌 역에 박효신·박은태·박강현, 우르수스 역에 민영기·양준모, 조시아나 여공작 역에 신영숙·김소향, 데아 역에 이수빈·유소리 등을 비롯해 앙상블 배우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호흡으로 모든 장면의 감동을 생생하게 객석으로 전달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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