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 분노해 강제로 차에 태우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2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2-3형사부(부장판사 이상호 왕정옥 김관용)는 살인미수, 감금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은 A씨(26)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8월 1일 0시께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역 부근에서 "헤어지자"고 말하는 피해자 B씨를 차에 태워 17분간 난폭하게 운전해 경기 광주 한 도로 좌측 커브 길에서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꺾어 가드레일 너머 7m 아래 도로로 추락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B씨는 두개골 선상골절·늑골 다발 골절 등 4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앞차를 추월하려다가 핸들이 제어되지 않아 차량이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이며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근거로 A씨가 B씨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자 '같이 죽자'며 운전을 시작한 점, 차량 블랙박스 칩이 발견되지 않은 점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점, A씨는 '당일 비가 와 도로가 미끄러웠다'고 주장하지만 당일 사고 발생 지역 강수량이 전혀 없었던 점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사건 전날부터 당일 6시 무렵까지 사고 지점 부근에 강수량이 전혀 없지만, 당시 장마철로서 습도가 약 97%에 달했고 사고 장소 근처에 있는 공원에 저수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노면 습기로 미끄러웠을 수 있다"며 "당시 피고인 차량의 속도가 시속 120㎞ 이상이었던 점,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 주장처럼 차량이 미끄러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피고인은 평소에도 피해자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당시 방범용 CCTV에 촬영된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사고 직후 피해자를 향해 달려갔으며, 피해자에게 옷을 가져다주는 등 경찰차가 올 때까지 피해자와 함께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살인 고의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난폭운전을 하고 피해자를 내리지 못하도록 감금한 혐의 및 음주측정거부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