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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102)] ‘서편제’ 류재혁 “앙상블도 나름의 서사가 있죠”


입력 2022.09.17 11:04 수정 2022.09.17 11:0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10월 2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공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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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 편을 보고 나와도,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과 얼굴을 단번에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극중 서사가 길지 않은 앙상블 배우들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배우는 관객들에게 더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재 뮤지컬 ‘서편제’에 출연 중인 배우 류재혁도 그렇다.


지난달 12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서편제’에서 류재혁 배우는 앙상블로 참여하고 있다. 때론 쇼 단원으로, 또 평범한 마을 주민으로, 또 장례 행렬 중 한 사람으로 짧은 장면 안에서도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인물들을 차근히 그려나가고 있다.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죽어도 연기만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시절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기 위해서 연기를 배우는 도중 ‘레미제라블 10주년 콘서트’ 영상을 보고, ‘이게 내가 가야할 길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뮤지컬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죠. 그렇게 열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자연스럽게 서울로 올라와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작품으로 2018년도에 입봉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춤과 노래에 끼가 잇었나요?


생각해보면 성격이 꽤 다채로웠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일 때는 엄청 소심한 아이였고, 고등학생 때는 전교생 중에 제일 까부는 학생이었어요. 그 당시 제 담임선생님께서 ‘돌+아이 콘테스트’에 지원해보라고 하시기도 했어요(웃음). 중학교 때부터 브레이크댄스를 취미로 추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 정말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연극영화과 입시학원에 가게 됐고, 이후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생긴 후로부터는 뮤지컬 배우로서 더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뮤지컬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 춤, 연기를 다 할 수 있는 정말 멋있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데뷔 당시의 기억이 어떻게 남아있는지.


처음 커튼콜에 섰을 때의 마음을 절대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시 거의 막내였는데, 괜히 약한 모습 보이는 것 같아서 억지로 감격의 눈물을 참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 온지 얼마 안 된,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라 누군가 ‘너 이거 해!’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네’하며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이제는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나름대로의 의견도 내보는 점이 좀 달라진 모습이겠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데뷔 당시보다는 한결 분위기가 편해졌어요.


-배우가 된 이후 힘든 점이 있다면요?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라는 단어가 저를 힘들게 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누구보다 자유로운 직업처럼 보이지만, 일상과 배우로서 연결된 부분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자유의 대가는 꽤 무겁고, 나중엔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더라고요. 요즘은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항상 딜레마에 빠지는 부분이기도 해요. 좋아서 배우를 직업으로 삼았지만 사람 류재혁과 배우 류재혁의 교집합은 자꾸 바뀌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있나요?


저는 생각하고 실행하고, 또 생각하고 실행하는 이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느낄 때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게 거치다 보면 힘든 일은 경험이라는 이름의 지혜를 안겨주더라고요.


-지금은 뮤지컬 ‘서편제’에 출연하고 있어요. 마지막 ‘서편제’에 함께 하게 된 소감을 들려주세요.


‘서편제’엔 감독님들의 추천으로 함께 하게 됐습니다. 현재로서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이 말 한 마디면 제 모든 소감이 표현된 것 같아요. 가슴이 이렇게 뜨거운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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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생각했던 ‘서편제’와 실제 참여한 이후 느낀 ‘서편제’의 차이점은?


사실 ‘서편제’를 한 번도 보지 못 했어요. 유명한 넘버들만 알고, 판소리도 나오는 뮤지컬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참여했어요. 연습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안무 연습과 음악 연습을 하느라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데, 첫 런스루를 할 때 이 작품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부터 더욱 힘을 받고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극중 어떤 역할들을 맡고 있나요?


매회 열심히 뒤에서 연기하고 있는 앙상블을 하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쇼 단원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땐 평범한 마을 주민이 되기도 하고, 또 장례 행렬 중 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연습과정에서 힘들진 않았나요? 워낙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안무 스타일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연습이 고됐을 것 같은데요.


특히 한국무용이 힘들었어요. 제가 알고 있는 박자와 몸의 라인들이 다 틀렸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예전에 탭댄스를 배운 이후로 처음이었어요. 그래도 그동안 나름 움직임을 곧잘 따라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처음 한국무용을 접했을 때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괴로웠어요. 그런데 옆을 둘러보니 다들 저처럼 동공에 지진이 나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다 같이 단합해서 열심히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으면 들려주세요.


이번에 입봉한 친구들이 콜 타임 세 시간 전에 연습실에 와서 연습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서편제’ 단톡방에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너무 멋있는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친구들 덕분에 더 우리 팀의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반성의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무대에서 에너지를 쏟아내는 비결도 궁금해요. 특히 상여씬(부양가)에선 많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내야 할 것 같더라고요.


1차원적이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집중하겠다’는 강한 다짐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배경이 아닌 연습 때부터 질문하면서 만들어 온 씬의 목적성들, 그리고 그로 인한 내 감정상태에 끝없이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씬을 마치고 소대로 나와 숨이 턱 밑까지 헐떡이고 있을 때는 ‘오늘 집중 잘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런 기본적인 것들에 열중하려고 노력해요.


-극중 가장 애정하는 장면(혹은 넘버, 대사 등)이 있다면?


저는 ‘소리공부 씬’이 너무 좋습니다. 저는 바로 다음에 나오는 장면 때문에 이 씬에는 참여하지 못 하는데, 북을 치면서 자유롭게 연기하는 배우들을 소대에서 보고 있으면 너무 신이 나요. 개인적으로 정말 하고 싶은 씬이어서 그 장면에 등장하는 친구들에게 따로 북 장단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이 씬이 우리의 소리여서 더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서편제’는 류재혁 배우에게 어떤 공연으로 기억될까요?


아마 소대에서 ‘무대를 보며 가장 많이 울었던 공연’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마지막 ‘심청가 – 눈 뜨는 대목’ 때는 특히 남모르게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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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류재혁 배우의 활동에도 기대가 됩니다.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사실 인간 류재혁으로서의 신념은 너무나도 많지만, 아직 배우로서의 신념이 확립되진 못 한 것 같아요. 제가 배우로서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너무 당연한 얘기들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신념이라기보다 ‘정체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배우로서 더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벽에 부딪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그때 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벽을 부수든, 벽을 꾸며서 사람이 모이게 하든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선택받는 직업이긴 하지만, 스스로도 작품에 참여하면서 ‘이 작품은 꼭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을 볼 때 가장 중요히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배우로서 발전이 있는 작품이요. 이게 기준이 너무 애매하고 주관적이긴 하지만, 제 느낌을 믿으며 선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신념까지는 아니지만 웬만하면 같은 작품이나 같은 역할을 3번 이상은 안 하고 싶은 생각이 있기도 해요.


-류재혁 배우의 뮤지컬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 혹은 사건이 있을까요?


제 뮤지컬 인생의 시발점인 ‘레미제라블 10주년 콘서트’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공연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큰 영향을 준 인물도 이 콘서트에서 감명 깊게 봤던 배우 콤 윌킨슨(Colm Wilkinson)입니다. 그 때 느꼈던 ‘멋짐’은 물론 다른 배우들에게도 느껴지지만, 저의 처음의 기억 때문인지 임팩트가 그 때보다 크지 않은 것 같아요.


-류재혁 배우님에게 무대는 어떤 의미일까요?


수단이 아닌 목적이 가득한 곳이에요. 그것이 행복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류재혁이라는 사람 또는 배우를 찾는 곳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무대라는 곳이 더 경외감이 들고 신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관객들에게 인식되고 싶은지 말씀해주세요.


연기라는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되지만, 저 배우가 진짜 진실되게 연기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아직 긴 서사를 가진 역할을 해보진 못 했지만, 짧게 나오는 장면에서도 나름의 서사를 가지고 열심히 연기하고 있으니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류재혁 배우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끝없이 고민하는 배우입니다. 어떤 한계점을 정하고 싶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자체가 최종 목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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