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서편제'에 스윙 배우로 참여
10월 2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공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방영된 MBC ‘극한데뷔 야생돌’(이하 ‘야생돌’)에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심지어 노래와 춤 실력까지 보유한 남성 출연자들이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끌었던 출연자가 윤준협이다.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를 한 그는 현재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esteem)과 손잡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끼가 많다보니 최근에는 뮤지컬 배우로서도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달 12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서편제’를 통해서다. 스윙 배우로 참여하면서 아직까지 본 공연의 무대엔 오르지 못했지만, 그는 입버릇처럼 ‘행복하다’는 말을 내뱉는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 뮤지컬 배우였나요?
뮤지컬 배우를 꿈꾼 건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관심 받는 걸 좋아했어요. 늘 사람들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었죠. 중학교 시절에는 팝핀 댄스를 보고 ‘와, 나도 저렇게 춤을 춰서 멋있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댄스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수학여행 장기자랑 시간에 팝핀 공연을 펼쳤었죠.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네요(웃음). 아무튼 저는 어린 시절부터 춤과 노래를 사랑해서 늘 무대에 오르고 싶었습니다.
-데뷔는 모델로 하게 됐어요.
멋있는 모델들의 모습을 보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어요.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지원했는데 감사하게도 1등을 하게 돼서 그 이후로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죠.
-지난해에는 예능프로그램 ‘야생돌’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어요.
당시 회사에서 ‘극한데뷔 야생돌’이라는 프로그램 출연을 제안했고, 춤과 노래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무조건 지원한다고 했죠. 오디션을 보고 합격을 해서 출연까지 하게 됐습니다. ‘야생돌’을 하면서 여러 무대에 오르게 됐고, 스스로 무대를 너무 사랑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어요.
-예능 출연 이후 달라진 것들이 있나요?
사실 달라진 부분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늘 저만의 페이스로 저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뷔 이후 현실의 생각했던 것과 달리, 현실의 벽에 부딪힌 적은 없을까요?
금전적인 부분이 항상 힘든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고정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늘 불안정합니다. 그래서 술집에서 매일 새벽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고요. 그 당시엔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서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우울감이 오기도 했던 것 같아요. 뮤지컬 ‘서편제’의 ‘살다보면’의 가사처럼 정말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것이 신기한 것 같아요. 딱히 그런 상황을 극복해냈다고 하기 보단 어느 순간 괜찮아졌거든요. 하하.
-말씀하신 ‘서편제’에 함께 하게 됐어요.
원래 노래하고 연기하고 춤추는 것을 다 좋아하기 때문에 이 모든 걸 포함하고 있는 장르, 뮤지컬 무대에 꼭 오르고 싶었어요. 제가 꿈꾸고 있는 목표이기도 하고요. ‘서편제’로 데뷔를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감사해요. 뮤지컬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너무 행복합니다.
-스윙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스윙은 어려 앙상블 캐릭터들을 모두 연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양,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잖아요. 연습하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요?
원래 힘든 과정이 더 재미있는 법이죠(웃음). 정말 할 게 많았고,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악착같이 해내려고 했어요.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는 것 자체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윤준협 배우 외에도 이번 시즌에 유독 새로운 캐스트들이 많죠. 서로 의지가 되기도 할 것 같은데요. 실제 연습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연습 당시의 분위기는 정말 화목했습니다. ‘서편제’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부분들이 있으면 막내들끼리 단합해서 서로를 돕고, 응원하며 형, 누나들에게 배우는 과정의 연속이었어요. 그 과정이 정말 행복했고요.
-스윙으로서 어떤 준비들을 했는지도 궁금해요.
일단 기본적으로 앙상블 배우들의 동선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찰리’ 역의 커버도 맡게 되어서 ‘찰리’의 모든 대사와 노래, 동선을 외웠죠. 굉장히 해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저는 어떤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모두 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실제로 무대에 섰던 회차가 있나요?
아직 무대에 직접 선 적은 없고 연습과 개막 전 런스루를 돌 때 종종 앙상블이나 ‘찰리’ 역으로 투입되곤 했습니다. 연습실에서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나의 노래를 하고, 나의 대사를 하고, 나의 동작을 하는 순간들이 너무 너무 행복했습니다. 평생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었죠.
-연습 과정에서, 혹은 무대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을까요?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고 행복했습니다. 특히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하면서 중간에 막내들끼리 식사하던 때나, 연습 영상을 보면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던 모든 순간들이 다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서편제’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대사, 장면)가 있다면?
‘송화’의 넘버인 ‘살다보면’이 항상 마음에 가장 와 닿는 것 같아요. ‘살다보면 살아진다’라는 노랫말을 들을 때마다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슬픔과 후회, 자책감 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이 없어지고 다시 기분이 좋아져서 해야 할 일들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되거든요.
-‘서편제’를 아직 보지 못한 대중들에게 작품을 소개하자면?
삶을 살면서 꼭 봐야하는 작품 중에 하나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부모님께 이건 꼭 봐야하는 공연이라고 소개하면서 초대권을 드리기도 했어요. 부모님도 너무 재미있게 보셔서 제가 더 행복했습니다.
-꼭 출연하고 싶은 뮤지컬도 있나요?
언젠가 제가 능력이 되고 때가 된다면 ‘킹키부츠’의 ‘롤라’ 역도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데뷔가 모델인 만큼, 뮤지컬 배우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활동들을 할까요?
음악적으로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고 발전하고 싶어요. 곧 또 어디선가 저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웃음).
-뮤지컬 배우로서는 물론 모델로서 윤준협 씨가 꼭 지켜나가고 싶은 신념이 있을까요?
모델로서 패션쇼나 화보를 찍을 때,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서 혹은 어떠한 형식이든 퍼포머로서 무대에 설 때. 모두 후회 없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윤준협 씨의 목표가 있다면?
저는 무대에 서는 삶을 살고 싶어요. 무대를 준비하며 생기는 중압감, 무대를 서기 직전의 긴장감, 무대에 섰을 때의 짜릿함. 그리고 그 이후에 오는 기쁨과 후회 등의 감정들이 절 무대에 중독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 기분을 평생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