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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㊱] 저성과자 해고, 정당성 입증 없이는 불가능하다


입력 2022.10.20 05:38 수정 2022.10.20 05:38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해고 노동자, 회사 상대 해고무효확인소송서 승소…'해고의 정당성' 핵심 법리이자 관건

법조계 "해고의 정당성 부여, 노동자에게 중대한 귀책사유 있는 경우에만 해당"

"사측, 노동자에게 타 부서 및 다른 업무 전환 배치 노력하지 않았을 가능성 높아"

"저성과자 선정 기준 평가, 객관성 있어야…대기 발령 기간 동안 개선의 기회 줘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데일리안 DB

대기발령 상태인 저성과자를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자동 해고한다는 조항이 취업규칙에 있더라도, 해고할 때는 근로자의 개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저성과자라 할지라도 '해고의 정당성'이 부족하다면,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사측이 '해고의 정당성'을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해고 노동자 A 씨가 조선업체 B 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18년 동안 B 사에서 일한 A 씨는 2015년 인사고과평가에서 관리직 최하위 등급을 받고 대기 발령됐다. B 사에는 '대기 발령자 근무수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대기발령 직원에게 매월 수행 과제를 부여한 뒤 S등급, A등급, B등급 등 5단계 등급 평가를 하고, A등급 이상을 받으면 대기발령을 끝낸다는 내용이다.


사측은 A 씨가 대기발령 후 3개월 연속으로 낮은 등급을 받자 해고했다. 취업규칙에 있는 "보직자로서 무보직 처분을 받은 후 3개월이 지났을 때 해고한다"는 규정이 근거였다. A 씨는 회사가 인사권을 남용했다며 대기발령과 해고 처분 모두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사측의 손을 들었다. B 사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인사 규정에 나온 대로 정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대기발령까지는 적법하지만, 해고는 위법하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 규칙상 해고 사유를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할 때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법조계에서는 근무 성적·능력이 다른 근로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 기간 최소한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향후 개선 가능성도 없는 등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만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판례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회사는 노동자한테 더 이상 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잘못이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해고할 수 있다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해고의 정당성은 중대한 귀책 사유가 있을 때만 해당한다"며 "노동자 측의 잘못이 없더라도 예외적으로 가능한 건 경영상 해고 정리 해고일 때만이다. 해고는 중대한 노동관계의 변화이기 때문에 노동자한테 큰 잘못이 있어야 하고 큰 잘못이라는 게 결국에는 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잘못일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판례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이 A 씨에 대한 대기발령은 적법하다고 본 이유에 대해서는 징계가 아니기에 이같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한다. 김남석 변호사는 "대기 발령은 원래 회사의 규정에 따라서 진행되는 절차다. 특별히 규정을 위반한 게 없으면 적법하다고 본다"며 "대기 발령은 징계가 아니다. 그래서 내부 규정에 따라서 적법하게 징계 사유나 징계 절차를 준수했으면 특별히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기 발령을 하고 해고를 결정하기까지 회사에서 A 씨에게 타 부서나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를 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광훈 노무사는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나온 대법원 판결까지 종합을 해보면 저성과자라고 하더라도 많은 절차를 거쳐야만 해고를 할 수 있다"며 "특히 저성과자 선정 기준 평가에 있어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선정된 다음에도 대기 발령 기간 동안에 이 사람에게 개선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유사 재판에서도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법리가 강하게 적용되리라고 전망했다. 윤 변호사는 "이 사건은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따져봤더니 절차만 형식적으로 지켰지 내용적으로는 잘못됐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해고의 근거가 중요하다. 다른 재판부들도 이 같은 법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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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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