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 정성화 비롯 뮤지컬 배우 다수 출연
"창작뮤지컬 IP, 장르적 교류 가능성 입증"
“영화를 보고 나니 뮤지컬도 궁금해진다.”
지난 8일 영화 ‘영웅’ 언론 시사 이후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 반응이었다. 이달 21일 영화가 개봉하고, 원작인 동명의 뮤지컬도 같은 날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동시에 개막하면서 가능한 일이다. 이에 앞서 뮤지컬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애초 창작 뮤지컬로 개발돼 지난 2009년부터 꾸준히 무대에 올려진 스테디셀러다. 이번 공연은 무려 9번째 시즌이다. 영화는 이를 원작으로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간 국내에서 영화를 극장과 OTT에서 동시에 공개하면서 코로나19 시대,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채널 다양화 시도는 있었지만 뮤지컬과 영화를 동시기에 공개하는 장르적 교류는 ‘영웅’이 처음이다. 영화의 흥행에 있어서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의 흥행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14년간 공연된 원작의 존재감이 뚜렷해 잘해야 본전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 우려는 시사회 이후 영화적 흥행은 물론, 뮤지컬과의 시너지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윤제균 감독은 ‘누가 죄인인가’ ‘장부가’ ‘당신을 기억합니다’ 등 기존 뮤지컬 넘버와 서사 기본 뼈대로 편곡과 새로운 넘버 추가, 캐릭터를 풍성하게 채우면서 영리하게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는 원작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다수 등장한다. 영화의 타이틀롤을 맡고 있는 정성화는 뮤지컬 초연부터 작품을 이끈 인물이다. 또 뮤지컬 배우 장기용, 김덕환, 김상현, 임정욱, 김늘봄 등 조연·앙상블들도 영화에 함께 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영화로 개봉하면서 시너지를 냈던 것처럼, 이번 ‘영웅’을 통해 창작 뮤지컬의 IP(지식재산권)이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라며 “뿐만 아니라 원작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영화에도 기용함으로서 넘버의 풍성함은 물론 디테일한 감정까지 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영웅’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국내에서도 뮤지컬과 영화의 동시 공개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물론 ‘영웅’의 경우 영화 개봉이 코로나19로 수차례 연기되면서 서울 공연과 동시에 막을 올리는 ‘우연’으로 시작했지만 분명 뮤지컬계에서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공연 관계자는 “뮤지컬계는 기존의 관객층은 물론 새로운 관객층을 흡수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는 시기”라며 “최근 뮤지컬계가 영상화에 힘을 쏟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상을 통해 뮤지컬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실제로 새로운 관객층으로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