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쌍방울 재무담당 전·현직 임직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구속영장 청구
김성태 지시 받아 2018·2019년 각각 100억 원 발행 CB거래 허위 공시 의혹
검찰,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하면서 쌍방울 CB 흐름 추적해와
재무담당 임직원 구속되면 '수사 변곡점' 가능성…쌍방울 측 "일부 공시 누락 사안일 뿐"
검찰이 쌍방울그룹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2018~2019년 전환사채(CB) 발행에 관여한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 재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지난 14일 쌍방울에서 재무 담당 부회장을 지낸 한 모 씨와 현직 재무 담당 부장 심 모 씨에 대해 허위 공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쌍방울의 뇌물 및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적은 있지만 자금 흐름 관련 신병 확보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한 씨와 심 씨가 쌍방울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2018년 11월과 2019년 10월 각각 100억 원씩 발행한 CB 거래에 대해 허위 공시를 했다고 보고 있다.
쌍방울은 2018년 11월 100억 원어치 CB를 발행했는데, 착한이인베스트라는 투자회사에서 이를 전량 매입했다. 이 회사는 김 전 회장 개인회사로, 명목상으로는 투자회사지만 별다른 기업활동을 하지 않아 페이퍼컴퍼니에 가깝다. 검찰은 이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또 2019년 10월 쌍방울이 발행한 CB 100억 원어치와 관련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발행된 CB는 희호컴퍼니와 고구려37이라는 투자회사가 각각 50억 원씩 사들였다. 희호컴퍼니 대표는 김 전 회장의 친인척이며, 고구려37 대표는 김 전 회장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 CB는 2020년 2월 쌍방울 계열사 비비안이 전량 사들였다.
그동안 검찰은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쌍방울 CB의 흐름을 추적해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재무 담당 임직원들이 구속될 경우 수사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0일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은 올해 9월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이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쌍방울 일부 CB에서 편법 발행, 유통 등 횡령·배임, 자금 세탁이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변호사비 대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한 바 있다.
CB를 매입한 착한이인베스트는 2019년 4월 김 전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배상윤 회장이 소유한 KH그룹 자회사 2곳으로부터 50억 원을 빌리는 등 수상한 자금 거래를 이어왔다. 검찰은 올해 8월 KH 본사와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비비안도 CB를 전량 매입하기 두 달 전인 2019년 12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던 이태형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한 시민단체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고발할 때 대납을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바 있다.
쌍방울 측은 이번 의혹에 대해 "일부 공시 누락 등과 관련한 사안으로 알고 있다"며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동아일보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