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사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인데…8시부터 지지자들로 현장 인산인해
이재명 지지자 "李 흔들수록 개딸 뭉칠 것…尹 경쟁자라서 보복 당해"
보수 단체 "李 진작에 조사 받았어야…검찰이 수사로 혐의 입증할 것"
채증 담당 경찰, 데시벨 측정기로 소음 확인하며 현장 점검…집시법 따라 주간 86데시벨 제한
'성남FC후원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출석했다. 현장엔 민주당 의원들과 이 대표 지지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개딸(개혁의 딸)로 대표되는 이 대표의 극렬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자 보수 단체들도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의 통제로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이나 돌발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10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이 대표를 불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당 대표로 지명된 이래 처음으로 직면한 검찰 소환 조사다.
이 대표는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이 무혐의로 종결지은 사안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시한 것은 '답정 기소'다. 기소를 목표로 두고 수사를 맞춰가고 있다"며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검찰에서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미 결론을 정해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는 정청래·장경태·고민정 의원 등 당 지도부와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문진석·조정식·김태년 의원 등이 동행했다. 이외에도 임오경·최기상·양부남·한준호 등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이들을 대표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의 사유화도 모자라서 검찰과 짝짝이 된 이 집권 여당의 모습은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이 대표가 당당히 (검찰 조사에) 응했고, 정당하게 설명하실 거로 믿고 있다. 향후 당원들과 함께 이 부당한 상황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지켰다. 아침 8시가 채 되기도 전에 성남지청이 위치한 남한산성입구역 지하철 출입구부터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힌 임 모씨(43세)는 "대전에서 어제(9일) 밤에 올라왔고, 여기는 8시에 도착했다. 정치탄압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이 대표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이 대표가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대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다는이유로 보복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로 인해 민주당에 가입했다고 밝힌 김 모씨(37세)는 "이 대표를 흔들수록 개딸(이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당원)은 더욱 강하게 뭉칠 것이다"며 "이 대표가 검찰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없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들에 맞서 보수 유튜버 및 보수단체들도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지지자들이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당적이 없는 일반 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 모씨(53세)는 "윤 대통령 지지자도 아니고, 이 대표 지지자도 아니다. 다만 민주당 지지자들이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참석했다"며 "이 대표가 당당하다면 당 대표나 국회의원직에 숨지 말고, 진작에 검찰 조사에 임했어야 했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당원이라고 밝힌 이모씨(57세)는 "이 대표는 진작에 조사를 받았어야 했다. 수사를 지연하는 동안 빠져나갈 구멍을 모색하느라 바빴을 것"이라며 "그래도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반드시 이 대표의 죄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경찰들의 통제로 양측 지지자들 간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채증(증거 수집)을 담당하는 경찰은 데시벨 측정기를 바탕으로 소음을 확인하며 현장을 점검했다. 현재 집회를 주최하는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시행령에 따라 주간은 86데시벨로 제한하고 있다.
한편,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7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등으로부터 이 의혹으로 고발됐다. 그는 현재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