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일자 램프가 어때서" 현대차 이대로 10년 간다?


입력 2023.03.28 10:21 수정 2023.03.28 10:2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스타리아, 그랜저, 코나 이어 쏘나타까지

차종별 디자인 콘셉트 다르지만 '일자 램프'에 시선집중

판매는 호조…내연기관 사실상 마지막 디자인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장착한 현대차 차종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타리아, 그랜저, 코나, 쏘나타. ⓒ현대자동차

#2021년 4월, 스타리아가 그걸 달고 나왔을 때만 해도 미래지향적이고 신비감을 더해주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그랜저까지 달고 나오자 “세단에 저걸?”이라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올해 1월, 같은 얼굴을 한 2세대 코나를 보고 “대체 언제까지”라는 탄식이 있었으나, 현대자동차는 두 달 뒤 나온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에도 여지없이 그걸 달았다.


현대차가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끊김없이 연결된 수평형 램프)’로 이름 붙인 패밀리룩 얘기다. 온라인상에서 ‘로보캅’, 혹은 ‘일자 눈썹’으로 불리는 이 디자인을 현대차는 벌써 네 차종에 걸쳐 이어가고 있다.


사실 스타리아와 그랜저, 코나, 쏘나타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서로 완전히 딴 판이다. 일자 램프를 제외한다면 서로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의 외모에서 얼굴이, 그 중에서도 눈이 전체적인 인상을 크게 좌우하듯, 자동차의 전면 램프가 주는 인상이 워낙 강하기에 일자 램프라는 공통점만으로도 네 차종이 묶여 언급되는 듯하다.


심지어 일자 램프는 기능적 측면에서 ‘메인’이 아니다. 통상 자동차의 ‘눈’으로 여겨지는 헤드램프는 네 차종 모두 아래쪽에 따로 있다. 일자 램프는 보조 역할을 하는, 굳이 없더라도 기능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주간주행등(DRL)이다.


현대차 디자이너들은 공들여 다듬은 각각의 개성 있는 디자인을 고작 주간주행등 하나 비슷하다는 이유로 획일적으로 묶는 세간의 평가에 뒷목을 잡을 수도 있다.


스타리아. ⓒ현대자동차

스타리아는 전형적인 1.5박스형 미니밴이지만, 전작인 스타렉스의 ‘승합차’ 혹은 ‘짐차’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전체적인 실루엣을 매끈하게 다듬었다. 여기에 아무런 장식조차 없다면 그냥 한쪽 모서리가 잘린 푸딩이다.


일자 램프는 이런 스타리아의 밋밋함을 보완해준다. 박스 앞으로 돌출된 쐐기형 전면부를 한층 멋들어지게 해주는 요소다. 그릴 양 옆의 큼지막한 헤드램프에 불이 들어온 상태, 즉 야간 주행 상황에서 보면 위에 붙은 일자형 주간주행등의 디자인적 가치가 한층 부각된다.


그랜저.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제네시스 브랜드 분리 이후 짊어진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역할에 걸맞게 볼륨감을 강조한 디자인을 갖췄다. 과거 에쿠스(현 G90)와 제네시스(현 G80)에 이은 제3의 차급이라는 한계에 묶여 억지로 스포티해 보이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이번엔 제대로 묵직함을 부각시킨 1세대 그랜저의 포스를 되찾았다.


그랜저에서의 일자 램프는 중후하되 꼰대스럽지 않은, 세련미를 부여하는 임무를 맡았다. 약간의 굴곡을 지닌 후드와 폭포수처럼 직각으로 뚝 떨어지는 전면 그릴의 경계선을 일자램프가 그어준다.


코나. ⓒ현대자동차

코나는 소형 SUV다. 차급을 뛰어 넘네 어쩌네 하는 미사여구가 붙었지만, 난생 처음 차를 갖는 소비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을 벗어날 순 없다. 여기에 전기차 시대에 대응해야 하는 의무까지 얹혀졌다. 젊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어야 한다.


코나에서의 일자 램프는 우주선같이 매끄럽게 흐르는 유려한 곡선에 별도의 물리적 이질감 없이 녹아든다. 심지어 코나 전기차 모델에 적용된 일자 램프만큼은 심리스(끊김없이 연결된)라는 말이 거짓이다. 자세히 보면 중간 부분이 점선으로 끊겨 있다.


신형 쏘나타는 페이스리프트 모델답게 기존의 스포티한 디자인을 어느 정도 유지한 상태에서 일자 램프를 달았다. 같은 세단이더라도 그랜저의 일자 램프가 양 끝단만 휘어진 직선 형태(위에서 내려다볼 때)라면, 쏘나타의 그것은 전체적으로 U자에 가까운 곡선 형태다.


기뻐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존 모델의 주간주행등 디자인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에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소비자들이 ‘또 일자 램프라니!’라는 충격에서 벗어날 때 쯤이면 전작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 디 엣지. ⓒ현대자동차

이처럼 디자인적 특성이 전혀 다르긴 하지만, 일자 램프를 적용한 네 차종이 한 데 묶여 언급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BMW가 최근 내놓는 모델들의 ‘돼지코 그릴’처럼 다른 쪽에서 시선을 강탈하는 디자인 요소가 있지 않는 한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램프로 쏠리게 돼 있으니.


온라인상에서 이런저런 품평을 해대는 이들과 달리 실구매자들은 현대차의 일자 램프를 좋아하는 듯하다. 일자 램프의 선두주자 스타리아는 경쟁자가 미니밴 시장의 절대강자인 형제차 카니발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만3000대 이상 판매됐고, 올 2월까지도 월 3000대 내외의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주자인 그랜저는 상용차 포터를 제외하고는 매달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도 두 달 연속 월 9000대 판매를 넘겼다.


올해 1월 출시된 코나는 차급 대비 높은 가격으로 다소의 논란이 있었음에도 실질적인 판매 첫 달인 2월 3000대 이상 팔렸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버전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가솔린 모델만으로, 심지어 ‘전기차 위주로 디자인했다’는 현대차 측의 자백(?)이 있었음에도 저 정도 판매됐다는 건 코나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도를 보여주는 결과다.


물론, 개중에는 ‘돼지 얼굴 보고 잡아먹느냐’며 상품성과 브랜드 신뢰도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차를 택한 이도 있겠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디자인은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쏘나타 디 엣지. ⓒ현대자동차

이런 전례를 감안할 때 지난 27일 디자인이 공개된 신형 쏘나타도 일자 램프가 판매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일자 램프 디자인을 길거리에서 보는 것조차 못마땅한 이들이 있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차는 적어도 내연기관 라인업에서는 저 디자인을 끝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2040년부터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현대차의 전동화 스케줄을 감안하면, 최근 출시된 차들의 풀체인지(완전변경) 시기가 도래하는 2020년대 말에는 내연기관차를 판매는 하더라도 수천억원의 돈을 들여 새로 개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내연기관 라인업의 마지막 모습일 것이기에 ‘롱런(long-run)’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게 현 시대에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