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김문기, 성남시 분당 지역 리모델링 설명회에 참석"
"행사 주최자라 바빠서…두 명이 따로 이야기했는지는 몰라"
"김문기 '李, 나와 통화했다'고 말해…서로 아는 사이로 보여"
"정진상도 김문기 존재 알고 있어…金 입사 전에 사전 보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후보자 시절에도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직접 통화하는 등 친분이 있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 대표의 '측근 그룹'이었던 그는 재판 내내 '이재명 씨'로 부르며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어갔다.
유 전 본부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와 김 처장 관계를 증언했다.
검찰은 2010년 3월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의 신도시 리모델링 설명회를 다룬 언론 기사를 제시하면서 "당시 성남시장 후보였던 피고인(이 대표)도 설명회에 참석했고, 김 전 처장도 참석하지 않았나"라고 물었고,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두 사람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에게 '이재명씨와 따로 통화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제가 행사 주최자라 너무 바빠서 이분들이 설명회에서 따로 이야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검찰이 "김씨가 이재명 피고인과 따로 통화한다고 말한 것은 어떤 경위로 들었나"라고 묻자, 유 전 처장은 "행사에 누가 오냐고 묻길래 이재명 씨가 온다고 했더니 (김 전 처장이) '나하고도 통화했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미나 때 봐서 서로 좀 아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2009년 8월에도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성남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세미나 도중 이재명 피고인과 김문기, 증인이 서로 소개하고 의견을 주고받고 토론한 사실이 있나"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당연히 있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성남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었고, 김 전 처장은 건설사에서 리모델링 관련 영업부장을 맡고 있어 인연을 맺었다. 유 전 본부장은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김 전 처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뒤로 김 전 처장과 함께 여러 차례 성남시를 찾아가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이재명 피고인이 공사 직원이 된 김 전 처장을 기억하는 것처럼 행동하던가"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알아봤다고 생각한다. 세미나도 같이 했고 못 알아볼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와 함께 가는) 호주여행을 갈 때, 대장동 관련 자료를 챙겨갔다"고 법정 진술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처장이 호주여행을 갈 때, 대장동 관련 자료를 챙겼다고 들었다.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다"며 "저도 대장동 관련 자료를 챙겨갔는데, 김 전 처장이 (대장동 관련 자료를) 챙겨와서 물어볼까봐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김 전 처장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고위직은 정 전 실장과 상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입사시키게 되면, 정 전 실장이 '왜 얘기를 안 했느냐'고 말하기 때문이다"며 "그래서 김 전 처장을 입사시킬 때, 정 전 실장에게 사전에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사퇴하도록 강요하고 압력을 넣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그는 "황 전 사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해서 진행방식에 반대하거나 비협조적이어서 (이 대표가) 사직을 요구했다는 언론 의혹 제기를 들어본 적이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일부 타당한 것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위례 같은 경우에도 건설사가 참여하게 된 건 노하우나 인맥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의 횡포가 심각했던 것을 느끼고 있었다"며 "당시 (이 대표를 포함한 측근들은) 대장동 1공단 공원 우선화 작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래서 시공사를 배제하고 진행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황 전 사장은 시공사를 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저희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다"고 부연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의혹 초기 이 대표의 대장동 사업 연루설에 입을 다물었으나 정권 교체 후 재수사가 이뤄지자 태도를 바꿔 '폭로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이 대표가) 거짓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증언하는 동안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유 전 본부장에게 직접 질문한 것과 달리 이 대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이날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주신문을 마무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그의 건강상 문제 때문에 오후 7시께 신문이 중단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유 전 본부장을 재차 불러 검찰 주신문을 끝내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과의 대면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묵묵부답했다. 그는 재판 후 귀가하는 길에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한 뒤 질문에 답하지 않고 준비된 차에 올랐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한 방송사 인터뷰와 국정감사 등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김 전 처장 등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봤다. 김 전 처장은 지난 2021년 12월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진행될 당시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되면서 이 대표와의 관계 등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한 방송에 출연해 김 전 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이라고 답했는데, 검찰은 이 발언이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