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 없었고, 수해 시기와도 달랐지만
"가게 안내로"…'호객' 해명 논란 키워
與 지도부도 전전긍긍 "상황 모른다"
프레임서 불리…대통령실 "언급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리투아니아 방문 기간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명품 편집샵 방문이 현지 언론의 보도로 알려지면서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수해로 국내에 어려움이 클 때 영부인이 해외에서 명품 쇼핑을 했다는 야권의 주장은 실체적 사실과 달랐지만, 대통령실의 대응이나 해명도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국민의힘에서도 나왔다.
17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한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해외 순방 중이라도 자유시간이 있기 때문에 개인 일정을 소화할 수 있고 (편집숍에) 잠깐 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우리 수해 상황과 겹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충분히 갈 수 있는 상황이라도 (대통령실의) 해명이 더 논란을 키웠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행적은 지난 13일 리투아니아 현지 매체 '15min'의 보도로 알려졌다. 해당 매체는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등 16명과 함께 총 다섯 곳의 매장을 다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실제로 명품을 구입한 것은 아니었으며, 이튿날 대표단 직원 한 명이 본인의 넥타이를 한 개 산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 시점 역시 지난 11일로 국내에서 폭우와 이로 인한 수해가 발생했던 시점과의 차이가 존재한다. 다만 국내에 보도된 시점이 수해 발생 시점과 겹치면서 논란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김 여사가 뭔가 쇼핑을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는 것처럼 굉장히 많은 정치 공세가 쏟아졌는데, 의혹 보도와 실제 내용의 결이 맞지 않다"며 "보도는 지난주 후반에 나왔는데 이 일이 있었던 것은 지난주 화요일인 11일로 대한민국 수해와는 거리가 좀 있었던 시기"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는 대통령실의 초기 대응과 해명이 되려 논란을 키웠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처음부터 들어갈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데 가게 인물이 안내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는데, 이는 소위 '호객'이라는 프레이밍과 함께 야권의 공세 빌미가 됐다. 더구나 수행원에 둘러싸여 있는 김 여사에게 숍 직원이 다가가 '안내'를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한 군데 매장을 방문한 게 아니라 여러 곳을 방문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호객 행위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대다수 국민은 '조금 생각이 짧았다'라는 그냥 겸허한 메시지를 내면 그래도 이해를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나 변명들이 나오니 더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이날 충남 수해 지역을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난 김기현 대표는 김 여사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이석했고, 제헌절 경축사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윤재옥 원내대표역시 같은 질문에 "상황 자체를 몰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번 논란을 과거 '쥴리',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비교하며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점을 피력하면서도 정쟁화될 것을 우려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명품 쇼핑' '호객' 등 악의적 프레임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공방이 확대되는 것 자체가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도 그 자체가 정쟁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쟁의 소재로 만들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면서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