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책임규명 위한 수사 전방위 확대…국조실, 경찰 셀프수사 논란 불식 위해 검찰에 수사 의뢰
상황 따라 검찰수사 대상 늘어날 수도…경찰, 업무상과실치사 및 중대시민재해 적용 검토
미호강 제방 및 지하차도 공중이용시설 해당…중대시민재해 요건 갖춰 첫 처벌 사례 전망
지하차도 관리청 책임자 김영환 충북지사와 미호강 관리 위임 이범석 청주시장…수사대상 가능성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한 사정기관의 전방위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경찰에 이어 검찰도 진상 조사 및 수사 대열에 가담하고 부실·늑장 대처 논란의 참사 관련 기관의 수장에게도 사정의 칼날이 향하고 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과 충북경찰청 인력 138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본부가 충북도, 청주시, 경찰, 소방 등 오송 참사와 관련된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가지고 있는 사고 지하차도 CCTV 등 각종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수집하는 한편 일부 구조자와 목격자도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위법 행위 정황이 드러난 기관은 경찰이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경찰을 감찰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발견,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조실이 수사 의뢰한 경찰관은 충북청 112상황실과 오송파출소 소속 간부·직원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참사 발생 1시간 전에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감찰 과정에서 이를 숨기고자 다른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것처럼 허위 보고까지 한 의혹을 받는다.
국조실은 '셀프 수사'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은 즉시 청주에 수사본부를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국조실이 참사 관련 모든 기관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경찰만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본부의 수사 범위가 다른 기관으로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대규모 전담수사본부를 꾸린 경찰 입장에선 성과 없이 발을 빼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7월 23일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에서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때도 지자체의 부실 대응으로 교통 통제가 안 돼 인명피해가 났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동구청 공무원 11명은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휴가 중이던 구청장을 대신해 지휘·감독 책임을 맡은 부구청장에게는 금고 1년 2개월이 내려졌다.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오송 참사는 피해가 훨씬 커 행정기관의 과실이 확인되면 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은 우선 관계 기관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 결함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뜻한다. 중대시민재해를 발생시킨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재까지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
전문가들은 미호강 제방과 지하차도가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 등 중대시민재해 요건을 갖춰 첫 처벌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봤을 때 오송 참사의 원인은 무너진 미호강 제방의 설치·관리상 결함과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지하차도의 관리 미흡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따라서 이번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행복청, 금강환경유역청, 충북도, 청주시 등의 수장이 모두 중대시민재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도로법에 따라 지하차도 관리청의 책임자인 김영환 충북지사, 미호강 관리를 위임받은 하천관리청의 책임자인 이범석 청주시장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임시제방이 붕괴한 지점 등 미호강의 일부 구간은 금강환경유역청이 직접 하천관리를 하고 있어 환경부에 그 책임이 돌아갈 여지 또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