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릉에서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손자가 사망한 사건의 근황이 전해졌다.
지난 5일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도현 군이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유족들이 출연했다.
앞서 도현 군은 지난해 12월 6일 하굣길에 마중 나온 할머니의 차를 타고 가던 중 강릉 내곡동의 한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 녹취에 따르면 할머니는 "아이고, 이게 왜 안 돼"라고 몹시 당황해하며 브레이크의 문제를 감지했고, 이내 "도현아"라고 연신 다급하게 외쳤다.
차량은 1차 추돌사고 이후에도 600m가량을 더 내달리다 왕복 4차로 도로를 넘어간 뒤 결국 지하 통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도현 군은 숨졌고, 할머니는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도현 군 아버지는 "어머니는 외출하실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하셨지만 외출을 못 하고 계신다"며 "사람들 만나는 걸 두려워하신다. 계속 사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니까"고 말했다.
이어 "도현이 없이 첫 설날을 보내게 됐다. 아내와 함께 어머니 집에 가서 울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다"며 "근데 어머니 집에 들어간 순간 어머니께서 달려 나오셔서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고 사죄하셨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원망한 것도 없는데 어머니는 잘못했다고 한다"며 "도현이도 없는 그 모든 상황 자체가 힘들어서 아내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듯 나와서 바다로 달려가 말없이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또 "사고 후 9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어머니는 형사 입건된 상태"라며 "어머니의 잘못이 있다, 없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현 군 아버지는 "(첫 재판에서) EDR, 음향 감정을 신청했다"며 "EDR 기록에 신뢰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법원에서 지정한 감정인을 통해 감정해달라고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향의 경우 국과수에서는 '운전자가 정상 주행 중 기어를 N으로 두고 가속페달을 밟아서 굉음이 났고 다시 충돌 직전에 D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밟아서 사고가 났다'며 운전자의 기어 조작 실수로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도현 군 아버지는 "너무 어이없고 답답해서 그 부분을 반박하기 위해 블랙박스에 녹음된 내용을 바탕으로 감정인에게 분석을 의뢰했다"면서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문철 변호사는 국회 계류 중인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에 대해 "제조물 책임법이 통과되면 한국에 급발진 사고가 많다는 오해가 생겨 수출 감소로 이어질까 봐 자동차 제조사들이 반발이 심할 것"이라면서도 "(급발진 의심 관련) 형사사건은 무죄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 도현이 사건도 할머니는 무죄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도현이법'은 피해자가 차량 결함의 원인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법을 '차량에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자동차 제조업자 등이 입증해야 한다'로 바꾼다는 내용으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