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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처럼 떠도는 불법 촬영물에 '사회적 사망' 속출…언제나 근절될까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3.12.07 07:02 수정 2023.12.31 14:51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황의조 '불법 촬영 의혹' 경찰 조사…지난 한 달여 동안 논란 일파만파

영상 속 여성들…현행법상 명백한 불법 촬영물 유포 피해자

2018년~2022년 불법 촬영 범죄 3만768건 발생…유포 피해는 72만8639건

온라인 떠도는 사생활 영상, 피해자에겐 씻을 수 없는 아픔…엄중 처벌해야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왼쪽)와 이은의 변호사가 공개한 피해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뉴시스

황의조는 지난 한 달여 동안 대한민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인물 중 하나였다. 지난 6월 황의조와 한 여성의 모습이 담긴 사생활 영상이 유출되며 시작된 논란은 그가 불법 촬영 혐의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뒤 일파만파 확산됐다.


황의조 측이 현재 불법 촬영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아닌 만큼 그가 불법 촬영의 가해자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촬영 당시에는 합의했더라도 이후 해당 촬영물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반포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는 만큼, 영상 속 여성들이 불법 촬영물 유포의 피해자임은 명백하다.


피해자는 영상이 유포된 사실을 알게 된 후 황의조를 향해 "부탁해 제발. 유포자 잡아야 해. 더 이상 퍼지면 안 돼. 나인 거 사람들이 알면 어떡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의 메시지에서 느껴진 감정은 분노가 아닌 두려움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유포를 막고 싶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현실은 참혹하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분기별 범죄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18년에서 2022년까지 5년간 발생한 불법 촬영 범죄는 총 3만768건인데 비해 같은 기간 피해 영상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72만8639건에 달한다. 불법 촬영보다 불법 유포 범죄가 훨씬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포에 동의한 적 없는 사생활 영상이 온라인 공간을 떠돈다는 사실은 피해자에겐 씻을 수 없는 아픔이 된다. 한 번 유포된 불법 촬영 영상은 오랜 기간 망령처럼 떠돌아다니며 피해자를 괴롭힌다. 굳이 위와 같은 통계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불법 촬영물 유포가 피해자에겐 사회적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는 점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불법 촬영물 근절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 정부는 불법 촬영물 삭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사법부는 유포범에 대해 선처 없는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는 행위 역시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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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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