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의붓어머니의 재산을 탐내 살해한 후 암매장한 40대 남성의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공개됐다.
서울경찰청은 유튜브 채널 '서울경찰'을 통해 강도살인, 시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모(48)씨 수사 경위와 검거 과정에 대해 낱낱이 밝혔다.
배 씨는 지난 10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의붓어머니 이모씨(75) 집에서 친누나의 장애인 연금 통장을 가져가려고 다투는 과정에서 이 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이 씨의 시신을 고향인 경북 예천의 한 하천 갈대밭 주변에 암매장했다. 배 씨는 이후 이 통장에서 연금 165만원을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상에서 영등포경찰서 김요한 경장은 "주민센터에서 '관리하는 독거노인(이씨)이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서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며 "당시 이 씨의 휴대전화 위치 값은 지난해 사별한 남편의 고향인 경북 예천군으로 떴다. 이에 처음에는 이 씨가 남편을 그리워해서 예천으로 혼자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헬기와 경찰견을 대동한 대대적인 수사에도 이 씨를 찾지 못하자 경찰은 이 씨 주변을 탐문했고 의붓아들 배 씨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는 등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경찰이 이 씨 주거지 부근에 설치돼있는 방범용 CCTV를 확인한 결과 배 씨가 이 씨를 따라 집으로 들어간 뒤 한참 뒤에 혼자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다음 날에는 배 씨가 이 씨 집에 다시 방문해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빨간 큰 고무통을 힘겹게 굴리며 나오는 장면이 담겼다. 배 씨는 이 고무통을 미리 준비한 검은색 렌터카 트렁크에 싣고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렌터카 번호를 특정했고, 해당 차 트렁크를 확인해보니 혈흔 반응이 나왔다. GPS 기록에는 배씨가 경북 예천군에 내려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배 씨의 범행을 확신하고 지난달 17일 오후 8시 20분쯤 수원의 한 모텔에서 그를 체포했다. 배 씨는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올해 4월 실직한 배 씨는 주변에서 돈을 빌려 경정·경륜 배팅에 300만원, 인터넷 방송 후원에 100만원 가량의 재산을 탕진했고, 범행 직전에는 채무가 2000여만원에 달했다.
이에 배 씨는 혼자 사는 이 씨의 기초연금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고, 이 씨의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대출받으려 했다. 이 씨가 사망할 경우 자신이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의 허위 유언장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배 씨는 강도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