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최측근', 국힘 대권잠룡 안철수에 도전장
"安, 대권주자 유명세로 허공에 둥둥 떠다녀"
'이재명 조언' 묻자 "李, 특혜 줄 수 없다고 해"
'이광재 분당갑 출마시사'엔 "언론플레이" 일축
4·10 총선에서 대권 잠룡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장을 던진 정치 신인이 있다. 경기권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분당구 '갑' 예비후보이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당에만 25년째 거주 중인 김지호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47)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3선)이 현역으로 있는 이곳은 최근 경쟁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과거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린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前 3선)이 출마를 시사하면서다. 현재 분당갑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는 김지호 예비후보 외 권락용 전 경기도의원과 추승우 전 서울시의원이 있다.
이에 김 예비후보는 분당갑 탈환을 위한 안 의원과의 경쟁을 준비하면서도, 동시에 이 전 총장의 출마에 대한 견제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안 의원을 향해서 "멋진 경쟁을 기대하겠다"면서도, 이 전 사무총장에 대해선 "당의 검증도 받지 않고 후배들과 경쟁을 하겠다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기조에 반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분당갑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를 예고한 친명 최측근과 친노 최측근의 경쟁구도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당에서도 경선으로 할 것이냐, 전략공천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의 최측근 김 예비후보는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자신의 총선 출마 포부와 최근 상황에 대한 심경을 진솔하게 밝혔다.
다음은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시 분당갑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
Q. 22대 총선 출마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달 2일 당대표가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가짜 뉴스가 퍼지고 당대표에 대한 공격이 상당했다. '피해자인데 이 정도로 공격을 할 수 있는가' '당대표가 검찰 수사와 재판을 오랜 기간 겪다 보니까 오해와 억측이 많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웠다.
이제는 당대표 뒤에서 보좌하기보다 옆에서 정치를 하며 (당대표를 향한) 화살도, 눈도 비도 함께 맞겠다는 각오로 출마를 결심했다. 10년 전 분당갑에 성남시의원으로 도전했지만, 경선에서 떨어졌다. 이후 김병욱 민주당 의원(분당을) 선임비서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비서관, 이재명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정책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제는 직접 행정과 입법으로 분당갑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가가 되고자 한다."
Q.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까지 최근 정치인에 대한 테러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정치테러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정치권에서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있다. 내편이 아닌 상대에겐 범죄자, 범죄 혐의자로 낙인을 찍어 공격을 한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복 수사가 이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분당갑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다보면 '거대 양당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시기도 한다. 혐오를 유발하는 발언이나 상대를 악마화하는 주장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특히 정치혐오가 실제 테러 행동으로 발현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 등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자의적으로, 자극적으로 해석하는 정치 콘텐츠가 무차별 양산되다 보니 정치 현상에 몰입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 또 인터넷 언론 매체 간 경쟁으로 인해 기사를 자극적으로 써야 하고, 그런 환경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 몰입되다 보니 실제로 테러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Q. 분당갑은 대권 잠룡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다. 도전자로서 구상하고 있는 대표 공약 '세 가지'를 설명해달라.
"우선 분당은 재건축·리모델링 등 주거환경 개선이 필수다. 이곳엔 지어진지 30년 된 아파트들이 많다. 다음으로는 교통난 해소가 시급하다. 분당 서현동과 경기 광주시 오포 쪽으로 나가는 교통난이 굉장히 심각하다. 서현동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몰렸고, 인접 지역인 광주가 난개발 됐다. 대중교통 활성화, 즉 지하철 8호선 연장을 통해 서현동과 오포지역 교통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용인시·서판교·대장동 지역도 지하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지하철 3호선 연장도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판교테크밸리 IT노동자들의 주거시설 공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근 지자체 및 경기도, 국회의원들과 협력할 것이며 분당·판교 중심의 대중교통 노선을 기획해 도내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 구상을 하고 있다.
김지호는 입법부·지방행정에서 일했던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일례로 과거 분당 미금역에 에스컬레이터를 추가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10년 넘게 제기됐는데, 분당을 김병욱 민주당 의원실 비서관으로 일했을 당시 이를 해결하는데 일조했다. 1년 동안 김 의원과 철도청·철도시설공단·기획재정부·국회 예결위 간사실을 수없이 방문해 예산 10억원을 확보해 에스컬레이터 두 대를 설치했다.
아울러 곧 개관하는 수내도서관, 미금동 스포츠센터 건립에 이어 분당내 중·고등학교에 16개의 체육관을 지었다. 이처럼 국회의원이 본인 지역에서 노력을 하면 할 수 있는 굉장히 많다고 본다."
Q.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원내 1당 대표가 되는 순간까지 지근거리에 있었다. 출마 결심에 앞서 당대표가 어떤 조언을 하던가.
"당 검증위원회에 검증 서류를 내기 전날 오전에 대표에게 분당갑 출마 결심을 알렸다. 그랬더니 이 대표가 '당대표실에 근무했다고 해서 어떤 혜택을 줄 수도, 도울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Q. 가까운 거리에서 오랜 시간 함께 했는데 매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다.
"그분은 옆에서 보고 있자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여러 가지 억측을 많이 받는 상황에, 내가 출마를 해서 저 때문에 당대표가 또 다른 어떤 구설수에 오르는 게 싫었다. 그리고 지금 정도의 경력이나 경험이 있으면 스스로 하는 거지 당대표 후광을 내세워 출마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정치권 선배들이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좀 놓아 주셨으면 한다. 나까지 누군가를 (후광이나 배경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
Q.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이광재 전 사무총장이 최근 분당갑 출마를 시사했다. 전략공천관리위에서도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고 있나.
"이광재 전 총장은 당의 자산이다. 하지만 이 전 총장은 지금 특정 지역구를 정해서 출마 의사를 밝힌 게 아니라, 언론에 '출마의사'만 우회적으로 흘리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처사다. 본인이 당에 출마 지역구 선정에 대해 일임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론 '여기 출마하겠다'라는 압력을 당에 가하고 있다.
경선을 통한 경쟁은 환영한다. 하지만 이 전 총장은 공천신청도, 당 검증위의 후보자 적격 검증도 받지 않았으며 공관위 면접도 보지 않았다. 수능 보는 수험생이 수험표도 안 받고 '특혜 입학'으로 대학 가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 전 총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떤 특정 지역을 우회적으로 압박해 전략공천을 달라는 건가. 그야말로 당에 '특혜 공천'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분당에 연고가 있긴 한가. 뜬금 없다.
이 전 총장이 후배들과 경쟁하겠다는 건 좋지만, 이런 방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에 반하는 것이다. 이 전 총장이 강원도지사와 강원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만큼, 강원도민들께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당의 자산이시니 어떤 곳이든 당선 가능성을 높여 선전하시길 기원하겠다."
Q. 분당갑 현역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재선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나.
"안철수 의원은 인지도도 높고, 대권 후보였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굉장히 유리한 측면도 있는 반면, 단점도 있다. 어떤 지역구 밑바닥 선거라든지 지역 현안 문제해결 경험은 없고, 그저 대권주자로 허공에 둥둥 떠다니기만 하다보니 선거 기법 등에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장에서 욕설하고,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운동하고, 복어집에서 기자들 앞에서 이 전 대표 욕을 하다가 당사자와 다투면서 구설에 오르지 않았나. 분당의 품격을 떨어뜨린 국회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분당주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주민들에게 본인 지역 국회의원은 매스컴에 나오는 유명 탤런트가 아닌 '머슴'을 더 좋아한다."
Q. 보수세가 강한 분당갑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반드시 승리해야하는 지역구다. 김지호 예비후보 만의 총선 '필승전략'과 만약 당선 될 경우 분당에서 하고 싶은 '첫 행보'는 무엇인가.
"정치적으론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비롯해 분당의 격을 훼손한 안 의원 심판론을 띄우고, 실무적으론 풍부한 행정, 정책 전문성을 통한 실천을 보여드릴 것이다.
만약 당선이 된다면 우선 초기 6개월 정도는 지역 인사를 다니면서 주민들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후 '사회적 격차 해소'에 관심이 많은데 약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정책을 펼치고 싶다. 정책과 제도화라는 것은 결국 인식의 싸움이자 행정적 기술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