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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졸업생들까지 '임용 포기…"아직 절망적 상황은 시작도 안 됐다"


입력 2024.02.26 02:21 수정 2024.02.26 02:21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의대 졸업한 신규 인턴들 "수련병원 안 가겠다"며 임용 포기 속출

전문의 자격 획득한 전공의 4년차 및 전임의들 "계약기간 끝나면 떠날 것"

최후의 보루인 교수들도 동요…"납득할만한 조치 없으면 단체행동 참여"

히포크라테스 선서하는 의대 졸업생들ⓒ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전공의 뿐만 아니라 곧 임용을 앞둔 전공의들도 단체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워주던 전임의들까지 집단행동 동참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의료대란 사태는 점차 의료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 전공의 임용 앞둔 의대 졸업생들 "인턴 안 하겠다" 선언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 수련을 위해 수련병원으로 와야 할 인턴들의 '임용 포기' 선언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수련병원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어 이 사태는 '인턴 대란'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지난 23일 기준 전남대병원에 내달 인턴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101명 중 86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고, 조선대병원은 신입 인턴 32명 전원이 임용 포기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기준으로 제주대병원은 입사 예정인 인턴 22명 중 19명, 경상대병원은 입사 예정 37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부산대병원에서도 내달 1일부터 근무하기로 했던 인턴 50여명이 임용 포기서를 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신규 인턴 32명 전원, 단국대병원은 36명 중 32명이 임용을 포기할 것으로 집계했다. 충남대병원에서도 신규 인턴 60명 전원이, 건양대병원에서도 30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전북대병원도 인턴 57명 중 상당수가 임용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시내 대형병원은 아직은 공식화할 수 없는 단계라며 확인을 꺼리고 있지만, 전국 의대 졸업생들의 분위기를 봤을 때 이들 병원에도 인턴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조금이나마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 '예비 전공의'들이 임용을 포기하면서 의료현장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 정상진료에 차질이 있다는 안내문이 게시돼있다.ⓒ연합뉴스
◇ 전공의 빈 자리 메우던 '전임의·4년차 레지던트'들도 이탈 조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빈자리는 전임의와 교수들이 메워왔다. 이들은 현재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환자 관리, 야간당직 등을 도맡고 있다. 일부 병원은 전공의가 떠난 응급실을 24시간 유지하고자 기존 3교대 근무를 교수와 전임의의 '2교대 근무'로 바꿨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들로, '펠로' 또는 '임상강사'로도 불린다. 교수로 임용되기 전 계약직 신분인 임상강사로 병원에 남아 연구를 이어가기도 한다.


사실상 병원 내 전문의 중 가장 젊은 의사들이다. 이들은 2월 말을 기준으로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적지 않은 전임의들이 재계약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이 이들을 흔들고 있다.


서울시내 대형병원의 한 전임의는 "원래 전임의는 1년 계약이니까, 사직은 아니고 그냥 더 이상 병원에 남아있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전공의들이 하던 일도 모두 맡다 보니 이제는 다들 힘들어서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대학병원 남아서 일하면 뭐 하느냐, 욕만 먹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고 회의감을 표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또 다른 전임의는 '전공의 3명 분량'의 일을 하고 있다며,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금 의료현장이 유지되는 건 전공의 3명이 하는 걸 저희 1명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는 29일이 지나면 '진짜' 의료대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대병원에서는 재계약을 앞둔 4년 차 전임의 14명 중 12명이 '재임용 포기서'를 제출하고 내달부터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전공의 말년인 '레지던트 4년차'들이 전문의 획득 후 병원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달 말 수련 종료를 앞둔 레지던트 4년차 일부가 병원에 남아 있었는데, 전문의를 획득한 이들이 이달 말에 병원을 떠나면 인력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전문의 시험은 종료돼 지난 19일 합격자 발표까지 끝났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겸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전임의 이탈 조짐과 인턴 임용 포기를 언급하면서 "이제 대학병원 의사 30%가 3월이면 사라진다. 절망적 상황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경고했다.


◇정부 "환자를 위해서 전임의들 자리 지켜달라" 호소


보건복지부도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임의, 임상강사분들이 지금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업무 부담이 굉장히 많이 올라간 것으로 안다"며 "힘드시더라도 지금 환자를 위해서 좀 자리를 지켜주십사 제가 여기서 다시 한번 부탁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라며 "이들까지 빠지게 되면 업무 공백이 더 커지기 때문에 수술과 진료를 더 축소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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