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각지 분쟁 여파로
안보 수요 높아진 상황서
남북 무기체계 주목도 높아져
남북이 일체의 교류 없이 억지력 확보에 주력하며 군비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남북 무기체계가 세계 무기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세계 각지의 분쟁 여파로 안보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상시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남북 무기체계가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이목을 집중시키는 모양새다.
13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방산전시회(DSA)에 참석해 FA-50 경공격기, K-9 자주포, 천무 등 주요 무기체계의 동남아 지역 수출 협의를 진행했다. 말레이시아는 물론 필리핀·베트남 관계자들과 방산 관련 논의를 벌였다는 설명이다.
방사청은 내후년 방산수출 목표액을 200억 달러(약 27조3600억원)로 설정하고 각국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16억40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 상당의 천무 2차 이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우리 기업들은 최근 페루 측 전력증강 사업의 주 협력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7일 페루와 호위함 등 함정 4척에 대한 총 4억6000만 달러(약 6200억원) 규모의 공동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15년간 페루 정부 및 해군의 전략적 파트너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 1일에는 STX와 현대로템이 페루 차륜형 장갑차 사업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 기업은 조만간 페루 육군 전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기업 지위도 획득할 예정이다.
방사청은 "최근 국제분쟁 심화에 따른 전 세계 국방비 증가 상황에서 한국 무기체계는 우수한 성능과 합리적 가격, 신속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세계 방산시장의 주요 공급 대안으로 빠르게 떠올랐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페루 수출 계약 건을 기반으로 중남미 인근 국가까지 수출이 확대된다면 아시아에서 중동·유럽·남미까지 전 세계로 수출 영역을 넓히게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은 지난해 시동을 건 "국방경제 사업"을 "국방경제 발전 전략"으로 확장하며 무기수출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을 '기회' 삼아 북한산 무기 저변을 확대하려는 모양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국방공업기업소들을 현지지도하며 (노동)당의 군수공업정책 집행 정형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공업이 세계적 수준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것은 우리 당 국방경제 발전 전략과 투쟁방침의 정당성과 생활력이 안아온 빛나는 결실"이라며 "중요국방공업기업소들에서 생산공정이 고도로 현대화되는 데 맞게 기술 역량을 튼튼히 꾸리고 엄격한 품질관리 규정과 질서를 세우며, 자재와 협동품 보장을 계획적으로 잘하여 질이 철저히 담보되는 중요 군수품들을 계열 생산하도록 경제조직사업을 짜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격총 등 각종 저격무기 생산 공장을 방문해선 "한 단계 더 높은 저격무기 혁명을 일으키려는 당 구상과 의도를 피력"하면서 "주요 저격무기 생산기업소들의 전망적 발전 방향과 그 실현을 위한 국방경제 조직사업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 중요 과업과 방도들"을 제시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240㎜ 방사포 관련 이동식발사대(TEL)를 직접 운전하며 생산 실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식의 방사포차들을 꽝꽝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의 현대화 수준을 끊임없이 높이는 사업을 끈기 있게 내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 행보와 관련해 "재래식 무기생산의 첨단화, 자동화, 질적 제고, 대량생산체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부 메시지보다는 대외적으로 북한 무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쇼케이스 성격"이라고 밝혔다.
북한산 무기가 러시아·중동은 물론 동남아에도 수출된 정황이 꾸준히 드러나고 있지만, 불발탄 사례 등 성능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김 위원장이 직접 세일즈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평가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이번 현지지도가 러시아·중동 등 "대외적 수요에 대비하거나 이미 들어온 수요 관련 홍보 목적이 다분하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산 무기의 이미지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해 현지지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신형 240㎜ 방사포용 TEL 생산 점검에 대해선 "대남 적대적 교전국가화 이후 예상되는 긴장에 대비하는 한편, 한국 수도권 및 전선부대를 상대하는 포병전력 현대화를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신형 240㎜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한 뒤, 올해부터 내년까지 관련 무기체계를 실전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기도 하다. 포탄은 물론 관련 투발수단(TEL)의 대량생산 능력을 에둘러 과시하며 무기수출 의지를 피력한 대목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