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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문제풀이 시켰다고 고소당한 교사…아동학대 아닌 이유 [디케의 눈물 275]


입력 2024.08.29 04:50 수정 2024.08.29 04:50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법조계 "수업 중 문제풀이 지시, 정당한 교육 활동…아동학대 해당되지 않아 무혐의"

"학생, 수치심 느꼈더라도…고의로 정상 수업 범위 벗어난 것 아니면 고의 인정 안 돼"

"학생에게 망신 주려고 한 행동 아닌 듯…경찰, 재량권 범위서 발생한 사건으로 판단"

"무분별한 고소·고발 및 무고죄, 민사·형사 처벌해야…교권 보호 위한 방어벽 필요"

ⓒ게티이미뱅크

한 중학교 교사가 수업 중 학생에게 칠판에 문제 풀이를 시켜 고소당했다가 아동학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기에 무혐의 결론이 나온 것이라며 학생이 수치심을 느꼈더라도 교사가 고의적으로 수업 범위를 벗어난 문제 풀이를 시킨 게 아니라면 아동학대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9일 전교조 전북지부에 따르면 전북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지난 3월, 학부모 B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학생이 모르는 문제를 칠판에 풀게 해 망신을 주고 특정 학생에게만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 이유다. B씨는 A씨가 정서적 학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A씨의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신고 내용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 권한 내의 재량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경찰은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 아동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로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정당한 교육활동의 경우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업 중 문제를 풀게 한 것은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무혐의가 나온 것"이라며 "학생이 문제를 풀지 못하여 수치심을 받았다 하더라도 교사가 고의적으로 정상적인 수업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아동학대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 또한 학생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상황은 왕왕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이 과정 역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안과 같은 무분별한 고소, 고발을 막기 위해서는 아동의 교육과 관련하여 발생한 아동학대 등의 사건에 대해서는 이를 다루는 중립적인 기관을 두어 경찰과 별도로 조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1차 조사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고소, 고발을 반려하는 형태의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무분별한 고소, 고발에 대해서는 무고죄 등 엄격한 형사적 처벌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등 교사가 입는 정신적 피해 등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희란 변호사 "정서적 학대의 경우 신체적 학대와 다른 측면이 있다 보니 그 범위가 모호한 면이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헤치거나 정서적 발달을 저해하는 경우를 '정서적 학대'로 판단한다"며 "본안의 경우 교내 수업 과정에서 단순히 학생에게 문제를 풀라고 제안한 것으로, 교사가 학생에게 망신을 주려고 한 행동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경찰은 흔히 이뤄질 수 있는 재량권 범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통해 '정서적 아동학대' 행위를 처벌하도록 입법했지만, 그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한 사례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사법인력 낭비와 교육 근간의 흔들림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권 보호할 수 있는 나름의 든든한 방어벽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억울하게 모함을 당한 교사를 위해 입법, 행정적 보호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학대란 상대방에게 객관적인 이유 없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학생(상대방) 또한 이 행위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 돼야 한다"며 "본안에서 학생이 문제를 풀지 못해 수치감을 느꼈다고 할지라도, 이 과정에서 학생이 느끼는 수치심, 불쾌감 등 감정은 교육의 일환이며 범위 내에서 허용 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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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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