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박원순 1100억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서울시, 내년에 철거


입력 2024.09.02 10:11 수정 2024.09.02 16:30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서울시 "주민 의견 수렴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 들어갈 예정"

공중보행로가 일대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

이용하는 사람 적어 상권 활성화에 도움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와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연합뉴스

서울시가 2022년 1100억원대 예산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한다.


2일 서울시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하는 방안에 대해 이달 중 주민 공청회를 연다. 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을 잇는 길이 1㎞의 다리 겸 보행로다. 이 시설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세운상가 보존·재생 정책의 핵심이었다. 시는 도시재생사업 목적으로 예산 1109억원을 들여 2016년 착공해 2022년 개통했다.


공중보행로 1㎞ 구간 가운데 삼풍상가~호텔PJ 사이 보행교(250m)가 우선 철거 대상이다. 나머지 750m 구간은 보행로가 상가 건물에 조성돼 있어 바로 철거하기 어려워 향후 세운상가를 허물 때 함께 철거할 계획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가 개통된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공중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한 것은 시설이 일대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 조사에 따르면 공중보행로 전 구간의 일평균 보행량(2022년 10월~2023년 10월 기준)은 1만1731건으로 공사 전 예측량(10만5440건)의 11%에 불과했다. 상권이 발달한 청계·대림상가 공중 보행로는 일평균 4801건의 보행량을 기록했지만 다리만 설치된 삼풍·PJ호텔은 보행량이 1757건에 불과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가 포함된 재정비 촉진 지구는 오세훈 시장과 박 전 시장의 정책 방향이 충돌했던 대표적인 사업지다. 오 시장 재임 당시인 2006년 시는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복합 개발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취임 뒤 2014년 철거 계획을 백지화하고 도시 재생 중심으로 재정비 촉진 계획을 변경하면서 공중보행로를 만들었다.


그러나 공중보행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적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8월 감사원은 “총사업비 1109억원을 투입하고도 세운상가와 주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추진 당시 서울시는 공중보행로를 설치하면 매년 10만5440명이 지나다녀 상권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개통 후 실제 보행자는 그 11% 수준인 1만1731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