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보조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매일 아침 20분씩 일찍 출근해 몰래 약을 훔치다 덜미가 잡혔다.
13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최근 보조 직원의 실체를 알게 됐다.
A씨에 따르면 보조 직원 B씨는 약 재고 관리와 계산 등 맡은 일을 잘하고, 근면 성실했다고. 새로운 약사를 뽑을 때도 B씨의 의견을 반영할 정도로 A씨는 그를 신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조 직원 B씨는 한 손님과 약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CCTV를 확인하게 됐는데, A씨는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일단 B씨가 아닌 손님의 주장이 맞았으며, 평소 B씨가 약국 내 약을 훔치는 모습까지 목격하게 된 것.
A씨는 "(B씨가) 오전 9시 출근인데 항상 약 20분 정도 일찍 왔다"며 "깜깜한데서 드링크를 자기 가방에 집어넣고 혼자 마시고 약국을 한 바퀴 돌면서 약을 다 가방에 담고 조제실에 있는 전문 약들도 집어 담고 하는 걸 보고 (B씨가) 근무한 날의 CCTV를 다 봤다. 근무한 모든 날에 그렇게 (약을) 훔쳐 갔더라"고 말했다.
B씨는 매일 20~25분씩 일찍 출근해 불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 처방 없이는 살 수 없는 전문의약품부터 비타민, 멜라토닌과 같은 고가 영양제 등을 훔쳤다.
B씨가 근무하는 8개월간 A씨가 그의 절도 사실을 몰랐던 이유는 B씨가 마치 약이 꽉 차 있는 것처럼 티 나지 않게 재고 정리를 해놨기 때문이라고.
A씨가 숨어 있다가 B씨의 절도 순간을 포착하자 B씨는 "저 결제하려고 했는데요?"라고 뻔뻔하게 말했다.
B씨의 만행은 또 있었다. B씨는 다른 약사에게 갑질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퇴근 시간 정산 시 약값 계산이 맞지 않으면 B씨는 볼펜을 집어 던지거나 짜증을 냈고, 이에 겁을 먹은 약사가 개인 카드로 결제하게끔 유도해 자기가 훔친 물건값을 메우게끔 했다.
A씨는 B씨가 훔친 약값은 "확인된 것만 200만원 이상"이라며 B씨가 500만원 이상의 물품을 훔쳐 갔을 것으로 추산했다.
B씨는 A씨가 자신을 해고하자 A씨에게 사과 메일을 보내며 자신이 양극성 장애가 있어 충동 조절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진단서를 첨부해 보냈다.
하지만 A씨는 B씨의 범행이 계획적이라고 보고 업무상 횡령 혐의로 B씨를 고소했다.
A씨는 "아침에 와서 불 꺼놓고 훔치는 루틴이 어떻게 충동적이냐.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범행을) 하고 딱 불 켜는 순간 모든 절도 행위가 멈춰졌는데 의도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B씨가 약국 근무 경력이 많아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까 봐 우려돼 제보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