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동훈, 경북대서 청년 토크쇼 개최
학생들 모인 가운데 강연은 순조롭게 진행
밖에선 1시간 전부터 TK 방문 반감 폭발
한동훈, 반대 집회에 "비판 잘 경청하겠다"
"배신자!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강연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 대구·경북(TK) 민심의 분노가 경북대학교 후문까지 번졌다.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보수 텃밭인 TK를 찾았지만, 한 전 대표를 향한 불만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다.
18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 앞. 공식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야유와 욕설이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함성을 덮어버렸고, 캠퍼스는 비난과 고성으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대구는 한동훈을 배척한다" "한동훈을 밟아! 밟아!" "한동훈은 대구가 만만한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을 냉대했다.
건물을 중심으로 반대 편에서 대치하던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손에 피켓과 그의 책을 들고 묵묵히 있었다. 이후 지지자들이 스피커로 응원 CM송을 틀며 시민들의 야유를 덮어보려 시도했지만, 등 돌린 TK 민심을 가릴 수는 없었다.
경북대학교 일부 재학생들도 나서 한 전 대표의 방문을 반대하며 시국선언까지 발표했다. 이들은 "한동훈은 민주당의 사기 탄핵과 횡포에 동조해놓고 뻔뻔하게 차기 대권을 꿈꾸며 스스로를 중도 보수라 칭하고 보수 우파의 심장 이곳 TK에서 행보를 이어가려고 한다"며 "과연 그는 제정신인가. 한동훈은 대통령의 믿음과 신뢰를 철저히 배신하고 이재명과 결탁해 탄핵 찬성이라는 대못을 박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에 달한 군중들의 분노 때문인지, 학교에 도착한 한 전 대표는 정문이 아닌 지하통로를 거쳐 교내로 이동했다. 그리고 한 전 대표가 교내에 도착한 후 강연장 문은 굳게 잠그고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취재진의 출입마저 막았다. 문 앞에서는 경비원과 대학생이 온몸으로 인파를 가로막았고,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몇 분간 아무도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혼란 속에서도 강연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 전 대표는 경북대 경하홀에서 열린 '개헌, 시대를 바꾸자'를 주제로 한 청년 토크쇼에서 자신이 '3년짜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학생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상·하원 양원제 개헌을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킬 수 있도록 다음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3년 임기만 하고 떠나야 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전 대표는 "내가 '시대를 바꾸자' 이런 말씀을 드렸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청년들이 가지는 불안감이 있다. 기성 세대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여러분은 점점 나이가 먹지만 위에서 비켜주지 않고 이런 불안감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대가 판이 바뀌는 시대인 게 분명한 것 같다"며 "개헌을 말하면서 권력 구조를 얘기하지만 그 개헌 중에서 중요한 부분이 AX시대로 가자, 인공지능(AI)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로 가야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고 크립토커런시, 암호 화폐에 대해서 말한다. 그게 판을 바꾸는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자신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대권주자로서의 한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가 막았다"며, 그때의 선택을 두고 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이 다시 검사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을 거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한 전 대표는 "우리 당에 속한 최고권력자가 잘못된 길을 간다고 생각하면 내가 손해 보는 걸 알면서도 그걸 바로잡으려고 노력했고, 계엄을 했을 때 선택의 갈림길에서 저지해야 한다는 선택을 했다"며 "결국은 그런 선택을 봐줘야 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 전 대표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일정은 예정보다 10분 가량 늦게 시작됐으나, 강연은 정시에 마쳤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현장 학생들에 대한 질문 없이 사전 질의에 대한 답변만으로 토크쇼가 진행되자 몇몇 학생들은 중간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자신의 방문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 데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며 "나에 대해 비판할 점을 비판해주면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지율이 낮은 상황을 반전 시킬 방안과 관련해서는 "지지율만 생각해서 움직이자니 공동체와 대한민국 있다"며 "선택이 어렵지만 나는 계엄의 밤에 나라와 국민을 먼저 두고 선택했다. 잘 감당하고 경청하겠다"고 답했다.
대구 방문 소감을 묻자 "많이 환영해주시는 분들이 많았고 지역의 위기감과 청년의 위기감을 느꼈다"며 "지역과 청년 문제는 우리의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정치적인 다툼이 있지만 진짜 문제들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 진짜 문제들을 잊지 않고 해결하고 싶다. 대구에 와서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