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뇌관 '달걀값' 폭등…또 들썩이는 식탁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6.10 07:00  수정 2025.06.10 07:00

조류인플루엔자 등 영향, 4년 만에 한 판 7000원 돌파

산지가격 1년 새 최대 19% 올라

빵집 등 외식업체들 발등에 ‘불’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외식업계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 달걀 가격 마저 폭등하면서 계란 한 판(특란 30개 기준) 소매가격이 4년 만에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달걀을 많이 쓰는 자영업자들은 엎친데 덮친격 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계란 산지 가격은 특란 10개 기준 1850~1950원으로 1년 전보다 12.4~18.5% 오를 전망이다. 이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인 평년과 비교해 9.9∼15.8% 높은 것이다.


달걀 가격이 순식간에 치솟은 이유는 여름철 폭염으로 산란계 생산성이 저하된 데다 지난 3월 충청권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지역 간 물량 불균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로 인해 전국 평균 산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산지 가격 상승으로 소매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 계란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특란 30개 기준 7026원에 이르러 2021년 7월 후 처음 7000원을 넘어섰다. 수입 달걀로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국산 선호도가 높아 당분간 달걀 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계란 가격이 치솟으면 당연히 달걀을 식재료로 쓰는 케이크나 면, 과자 등 각종 식료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가는 물론, 가계 부담도 커진다. 당분간 식당 등에서 나오던 계란후라이 서비스가 자취를 감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빵, 과자 등 제과 제빵류 외에도 외식 메뉴 중 한식에서는 계란이 메인요리나 사이드 메뉴에 거의 필수로 활용된다”며 “현재까지 계란 가격 인상을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계란 가격이 본격적으로 인상된다면 메뉴 교체나 가격 조정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비해 영세한 동네 빵집은 치솟는 계란 값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는 일시적인 원자재 지원이나 가격 보조를 받을 수 있지만, 동네 빵집은 이 같은 ‘버팀목’이 없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도 쉽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치킨 업체 또한 AI 파장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닭 살처분에 긴장한다. 도살되는 닭이 늘수록 닭고기 값이 오를 수 있어서다. 현재까지는 파장이 적다는 분석이다. 알을 낳는 '산란계'가 도살되고 있기 때문이다. '육계'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의 전반적인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어서다.


시장의 반발을 고려한 식품기업들이 가공식품 등 인상 폭을 최소화하거나 보류하고 있지만, 강(强)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국내외 인건비와 원부자재값이 모두 올라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려왔지만 외식과 보험료, 관리비 등 개인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채소류 가격 안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지출 부담은 줄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세부 물가도 들썩이는 중이다. 특히 축산물이 6.2% 뛰면서 202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라 전체 물가를 0.15% 포인트 끌어올렸다.


돼지고기(8.4%)와 국산 소고기(5.3%), 수입 소고기(5.4%), 계란(3.8%) 등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수산물도 6.0% 올랐다.


이를 두고 정부는 계란 등 가격이 실제 시장 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부터 계란 생산 및 유통 현장 점검을 이어오고 있으며 가격 인상 배경으로 수급 불균형보다는 유통 구조상의 문제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는 대한산란계협회의 기준가격 고시제도가 가격 왜곡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란계협회는 도매상과 농가 간 거래 시 기준이 되는 최저 가격을 정하는데, 3월 이후 이 기준가격을 약 30%가량 올렸다. 정부는 이 조치가 담합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한산란계협회에서는 규제, 소매 폭리 등을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보기엔 가격 급등의 원인은 심플하다"며 "고병원성 AI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로 인한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인상됐다"고 선을 그었다.


외식업계서는 새 정부 대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임대료 지원, 세제 혜택, 금융 지원 등 소비 심리 회복과 유통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강력한 세제 혜택과 관세 협상, 농축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소비 지원책이 거론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농산물 수입처 다변화, 유통구조 개선 등에 노력하고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력 확충으로 가계의 소득 창출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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