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 사법 AI 시스템 관련 논의…재판 지연 해소 등 기대
변론 자동기록화 및 분쟁 예측 AI 도입 추진…재판 절차 효율성 높이는 목적
영국·중국 등 해외 사법부는 이미 AI 적용 가속화…'스마트법원' 보급 독려도
법조계 "AI 도입, 사법 신뢰· 공정성 회복 기여 가능성…부작용 개선 수반돼야"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가 최근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변론 자동기록과 분쟁예측 단계에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과거 판례와 소송 데이터를 분석해 유사 사건의 분쟁 발생 가능성과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분쟁예측 모듈이 주목받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AI 도입의 장점과 한계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제공과 국민의 사법 접근성 향상이라는 목표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법원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대하면서도 판례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획일적 판단 등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장 자문기구인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제5차 회의를 열고 '사법 AI 시스템의 기본 모듈 중심 개발' 등 안건을 논의했다고 최근 밝혔다. 위원회는 건의문에서 "최근 AI 기술 발달에 비춰 사법부는 재판지연 해소와 신속·공정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사법 접근성 제고 등 소명 달성을 위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기술은 사법제도의 신뢰성, 투명성, 신속성, 공정성, 책임성이라는 가치와 기능을 구현하고 재판과 민원 업무, 등기·신청 등과 같은 일상적 대국민 사법 서비스 편의성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방안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개선 방안으로 "재판과 사법행정 시스템에 AI 기술을 도입하면서, 절차적 관점(변론 자동기록화, 온라인분쟁 해결(ODR) 등), 실체적 관점(분쟁 예측 AI 등), 이용자 접근성 관점(챗봇 등)을 구분해 각 관점에서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기본 모듈을 중심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법부가 AI 도입을 추진하는 핵심 배경은 늘어나는 사건 부담을 완화하고 재판·민원 처리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실무적 필요에서 출발한다. 온라인 분쟁해결(ODR)과 같은 디지털 절차는 소액사건·단순민원 등에서 접근성을 높이고 소송 비용과 대면 절차를 줄이는 효과를 보였으며 각국의 도입 사례에서도 재판 대기시간 단축과 행정비용 절감이 주요 성과로 보고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HMCTS(법원·법원서비스 개혁)는 온라인 분쟁해결과 '온라인 법원' 도입을 통해 소송 제기·서류 제출·결정까지 디지털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며 소액 민사사건 등에서 사용자 편의성과 절차 신속성 제고 효과를 보고했다.
중국은 '스마트법원'(Smart Court) 구상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 법원 전반의 전산화·데이터화·AI 적용을 가속화하고 있다. 저장(저장성) 등 일부 지방 법원은 알리바바 등 민간 플랫폼과 협업해 전자송달·온라인 심리·증거관리 등 디지털 법원 모델을 시범 운영해왔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전면적 AI 지원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스마트법원 보급을 독려하고 있다.
앞서 우리 사법부도 4월28일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하며 AI 기술을 재판 등 사법업무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마련했다. 위원회는 법관, 법학자, AI 전문가 등 내부·외부 인사 8명으로 구성돼 AI 도입 방향 심의, 개발사업 점검, 개인정보 보호 등 역할을 수행한다. 위원회는 오는 24일 제6차 회의를 열고 '사법부 AI 사업 관련 법령 및 지속가능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판사 출신 신혜성 변호사(법무법인 율우)는 "실제 AI는 법률 분쟁 예측이나 문서분석에 상당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방대한 양의 판례 분석을 통해 나온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하며 AI 도입은 사법 신뢰와 공정성 회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신 변호사는 그러면서 "다만 어디까지나 판단과 결정은 법관의 영역인 만큼 AI를 통한 분석은 참고하는 정도로 이뤄져야 하고, 아직 도입 단계인 만큼 법리적인 부작용이나 한계를 개선해나가는 노력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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