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인들의 마음을 위로한 이재문 작가의 신작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어느 순간부터 현대인들의 외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힘든 현실을 대변하는 키워드로 사용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생망’을 외치는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어떨까. 소설 ‘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의 이재문 작가는 ‘환생’을 소재로 ‘이생망’을 외치는 현대인들의 좌절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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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는 삶과 죽음 사이, ‘환생 학교’를 통해 다시 기회를 얻은 스물 아홉 청년 유일해와 입학 동기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은 유일해와 환생 학교 입학생들의 사연을 디테일하게 펼쳐내며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음악이라는 꿈을 향해 달리지만,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망가진 기타조차 수리하기 힘든 팍팍한 삶을 사는 유일해의 서사로 포문을 연 이 작가는 다양한 세대의 고민을 아우르며 풍성함을 더한다.
‘갑질’에 지친 중년 교사 영수를 비롯해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중학생 은비, 쓸모없는 인생을 살았다며 후회하는 70살 성식 등 저마다의 아픔을 품은 등장인물들의 사연 또한 디테일하게 포착하며 공감대를 탄탄하게 다진다.
사연만 남발하는 작품은 아니다. 유일해와 환생 학교 학생들의 사연을 만나는 재미 사이, 그들이 어떤 인연으로 얽혀있는지 드러나며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한다. 전개가 이어질수록 커지는 여운의 이면엔, 이렇듯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이 작가의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마냥 교훈적으로 전개가 흐르지 않는 건 이 책의 강점이다.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다”는 주인공들의 좌절감이 이후 수업을 듣고, 타인과 소통하며 바뀌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 변화가 뻔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주인공들의 선택을 지켜보는 사이,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그 답을 함께 고민하게 된다.
누군가는 ‘너무 착하다’고 여길 수 있다. ‘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속 현실적인 사연들과는 별개로, ‘무해한’ 것들로만 채워진 환생 학교라는 세계관이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따뜻한 만큼, 어렵지 않게 책장이 넘어가는 것도 이 책만의 장점일 수 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이들에겐 한 편의 ‘무해한’ 동화 같은 이야기가 되기엔 충분하다. 바쁘게 달리기만 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인생에서 잠시 ‘일시정지’하며, 이 책과 함께 찾아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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