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담지 못한 포수의 무게’ 이지영이라는 보험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1.07 08:25  수정 2026.01.07 08:26

SSG, 베테랑 포수 이지영과 2년 5억원 계약

포수 기근 현상, 숫자 이상의 가치 지닌 포지션

베테랑 포수 이지영과 2년 계약을 맺은 SSG 랜더스. ⓒ 뉴시스

야구 통계학이 지배하는 현대 야구에서 숫자로 가장 설명하기 힘든 영역 중 하나가 바로 '포수의 존재감'이다.


포수는 9개 수비 포지션 중 유일하게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며 투수 리드는 물론 내, 외야의 수비를 모두 관장해야 하기 때문에 안방마님으로 불리곤 한다.


최근 세이버 매트릭스가 널리 퍼지며 세세한 부분까지 수치화가 가능하지만, 포수의 수비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영역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포수는 투수 리드뿐 아니라 경기 운영,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 등 무형의 가치를 다루는 포지션이다.


SSG 랜더스가 불혹에 접어든 베테랑 포수 이지영(40)과 비FA 다년 계약을 맺었다. 조건은 2년간 총액 5억원(연봉 4억원, 옵션 1억원)이다.


구단 측은 이지영이 포수 포지션에서 보여준 경기 운영 능력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으며, 팀 포수진의 경쟁력 강화와 후배 육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판단해 이번 계약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지영은 정교한 타격이나 필요할 때 장타 한 방을 터뜨려주는 타자가 아니다. 그의 타격감은 들쭉날쭉했고 커리어 내내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시즌도 없다.


하지만 이지영의 가치는 포수 마스크를 쓸 때 빛난다. 15시즌을 치른 베테랑답게 그의 볼 배합은 단순히 투수에게 사인을 보내는 것을 넘어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분쇄하는 심리전에 능하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투수가 흔들리면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라가 다독여 주는 등 안방마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포수는 3D 업종으로 불릴 만큼 체력 소모가 극심한 포지션이다. 때문에 많은 포수들이 양의지, 강민호 등 역사적 행보를 걸은 경우를 제외하면 30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겪곤 하는데 이지영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함으로 롱런에 성공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투수를 리드하는 노련미는 더욱 깊어지고, 타석에서도 종종 끈질긴 승부로 팀에 공헌하기도 한다.


이지영 다년계약. ⓒ SSG 랜더스

승리하는 법을 아는 DNA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지영은 과거 삼성 라이온즈의 왕조 시절 주전 포수로 활약했고, 이적 후 키움 히어로즈에서도 숱한 가을야구를 경험한 뒤 고향인 인천에 상륙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이지영은 SSG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최근 KBO리그는 포수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선수들 가운데 대형 포수 자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백업 선수를 보유하는 것조차 어려워보이는 게 10개 구단이 가진 공통된 고민이다. 이지영은 단순한 백업을 넘어 주전 포수 공백 시 팀의 내야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줄 지지대 역할도 해낸다.


야구 통계학이 아무리 진화해도 포수의 존재 가치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눈과 경험으로 판단되는 영역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이지영이다. SSG는 이번 계약으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탁월한 역할 수용 능력을 지닌 ‘백업 이상급’의 자원을 2년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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