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분열과 윤 전 대통령의 결자해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1.26 08:00  수정 2026.01.26 08:00

국민의힘에서 제명 당한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의 제명 처분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제명 의결된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다. 10일간의 재심기간 만료일까지 재심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지만, 정치적 파장이 매우 클 것임은 분명하다.


한 전 대표를 제명 의결한 이유는 그와 그 가족 명의로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했다는 것이다(한 전 대표는 조작이라 주장). 하지만 이는 겉으로 내세운 이유일 뿐, 본질적으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가담하고 절연을 주장하는 등 ‘반윤’ 행보를 보여 온 데 대한 보복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 이 사건을 조사한 당무감사위원회와 제명 의결한 중앙윤리위원회의 위원장들이 윤 전 대통령 지지 성향의 인사라는 의혹을 받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친윤’ 측에서는 ‘배신자’인 한 전 대표를 제명해야 보수가 결집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거세다. 한 전 대표는 보수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열렬 지지층(팬덤)을 갖고 있다. 중도층에서도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법무부 장관 시절에 거대 민주당과 맞서 싸우던 그의 모습이 보수 전사로서의 인상을 각인시킨 결과다.


또한 계엄 관련 첫 판결인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도 중요한 변수가 됐다. 재판부는 12.3 계엄 선포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발령된 ‘폭동’으로 인정된다며, ‘내란’이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은 계엄은 내란이 아니라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주장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대법원 판결로 결정될 것이지만, 1심 판결만으로도 그들의 주장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를 제명한다면 국민의힘을 ‘내란 옹호당’으로 가두려는 민주당의 덫에 스스로 걸려드는 꼴이 될 것이다. 한 전 대표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많은 국민들이 등을 돌릴 게 뻔하다. 그래서 당내·외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신년간담회에서 원로들은 한 전 대표를 징계할 경우 “6.3 지방선거에서 필패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국민의힘이 존폐 위기에까지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의원총회에서도 대부분의 의원이 한 전 대표 제명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우려하는 대로, 만약 한 전 대표를 제명한다면 보수층의 갈등과 분열이 고조될 것은 자명하다. 그 결과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것은 물론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나아가 민주당의 대부격인 고(故) 이해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2018년에 주장했던 ‘20년 집권론’이 현실화될 수 있다.


결국은 한 전 대표를 포용하면서도 그의 제명을 촉구하는 ‘윤 어게인 세력’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그런 묘수를 찾기가 여의치 않아 보인다.


현 상황을 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윤 전 대통령 측의 태도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빼앗긴 것도, 총선에서 참패한 것도(24.9.26 칼럼 참조), 지금 보수가 극단적으로 분열된 것도 궁극적으로는 그의 책임이다. 그의 독단적 성격과 정치력 부재가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바 없다.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해진다면 윤 전 대통령 자신의 향후 신상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나 보수의 미래를 위해서 ‘친윤’과 ‘반윤’으로 갈라진 보수층을 통합하는 데 실낱같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 예컨대 계엄의 합법성·정당성 여부는 재판과정에서 다툴 테니, 자신을 둘러싸고 보수진영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립과 갈등을 덮고 단합해 달라는 식의 진정성 있는 호소 메시지 등을 낼 수 있지 않은가.


물론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즐기듯 방관하는 것보다는 책임 있는 자세이고 보수 결집을 이끄는 작은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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