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한쪽에서 비난과 공격"
"법관에게 용기라는 덕목 점점 더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노태악(사법연수원 16기) 대법관이 36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3일 퇴임했다. 1990년 처음 법복을 입은 노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한순간도 가볍지 않았던, 이제는 익숙해진 그 법복의 무게를 내려놓으려 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노 대법관은 재판 과정에서 '좋은 결론'과 '맞는 판결' 사이의 간극으로 고심했던 경험을 고백하며 "사법의 중심에는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법관의 통찰력이 자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 대법관은 최근 심화하고 있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사법부로 넘어오면서 사회적 양극화와 사법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의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어느 한쪽의 비난과 공격을 피해 나가기 어렵다"며 법관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용기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의 특권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며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법관의 퇴임으로 대법원은 당분간 후임자가 없는 공백 상태를 맞이하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법관 인선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으나, 사법부와 행정부 간의 미묘한 갈등 기류 속에 제청 절차가 지연되면서 대법원은 당분간 13인 체제로 운영된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은 퇴임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계속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대법원장 부재나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지연 등으로 대법관 공백 사태가 종종 발생했으나, 이번에는 행정부와의 갈등 심화 양상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향후 제청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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