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석 미만 대극장 티켓 판매액 24% 감소
뮤지컬· 대중음악 독식...국악 매출 비중 1%도 못 미쳐
"소스로서 활용 넘어 국악이라는 장르 자체로 인정받아야"
K-컬처의 글로벌 위상 강화와 함께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실질적인 산업 규모 확장은 여전히 더디다. 전체 공연 시장 매출의 70~80% 이상을 뮤지컬과 대중음악이 독식하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사이, 국악 장르의 매출 비중은 1%에도 머물지 못하며 극심한 양극화를 겪고 있다.
이자람 '눈, 눈, 눈' 공연 장면ⓒLG아트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음악(국악) 장르의 공연 건수는 1426건으로 전년 대비 57건 증가했고, 공연 회차도 218회 늘었다. 티켓예매수 역시 202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반적으로 모든 통계가 ‘성장’이라는 지표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티켓판매액은 약 48억 4198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4% 감소했다.
지난해 뮤지컬이 약 4988억원, 대중음악이 9817억원으로 각각 전체 시장에서 28%, 56.7%의 매출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국악 장르의 비중은 약 0.3%에 머물러 있다.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은 케이팝·케이뮤지컬 시장과 국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으나, 양극화가 매년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눈 여겨 볼 지점이다.
특히 국악 시장 내부의 지표는 외형적 성장 이면의 ‘수익성 악화’라는 한계를 보여준다. 1000~5000석 미만 대극장의 티켓예매수는 2024년 대비 약 6% 증가한 것과 달리, 티켓판매액이 24% 줄어든 것은 큰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연에서 관객 수가 늘었지만, 사실상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료 또는 저가 공연의 비중이 높아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과거 JTBC ‘풍류대장’, MBN ‘조선판스타’ 등 국악 전용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해 전국 투어 매진 등 반짝 화제를 모은 바 있으나, 방송 직후 이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음악 플랫폼이나 극장 등 후속 인프라가 부재해, 실제 공연 시장의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재 국악 공연 시장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상설공연 역시 한계를 지닌다. 국립국악원의 토요명품이나 토요국악동화, 삼청각의 수요상설공연 등은 2025년 티켓판매 상위권에 올랐으나, 이는 주로 관광이나 체험 목적의 수요에 기인한다. 이러한 ‘이벤트형 국악’은 외국인 관광객 등 단기적 관객 유입에는 효과적이지만, 능동적이고 정기적으로 공연을 소비하는 관객층 형성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국악계 내부에서 K-뮤지컬의 흥행 공식을 적용해 돌파구를 찾은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총결산 국악 장르 티켓판매액 상위 20개 공연 목록에는 국립창극단의 ‘베니스의 상인들’ ‘심청’ ‘이날치傳’과 이자람의 판소리 ‘눈, 눈, 눈’ 등이 다수 포진했다. 대중에게 친숙한 서사와 IP를 무대화한 창극 ‘정년이’가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데 이어, 최근의 창극 작품들은 기존 연극·뮤지컬 관객을 성공적으로 유입시키며 관객층을 다변화하고 있다.
K-뮤지컬 시장의 핵심인 ‘회전문 관객(다관람 관객)’과 ‘팬덤 문화’의 이식도 뚜렷하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인 소리꾼 김준수 등 특정 예술가 개인에 대한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었다. 팬클럽을 중심으로 아이돌 문화인 생일 카페 오픈이나 굿즈 제작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확실한 수요층이 형성되면서, 창극은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일정 기간 다회 공연을 진행하는 체제로 운영 시스템을 전환하고 있다. 상업성과 시장성을 확보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공 모델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 실질적인 산업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국악계 관계자는 “국악을 단순히 일회성 교육이나 체험으로 소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기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설공연이나 체험형 이벤트에 머무르기보다 해당 장르를 실연하는 ‘예술가’를 제대로 소개하고 조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획의 언어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이미 국악, 즉 전통음악은 미디어를 통해 그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대중음악과 오디션 프로그램 등의 소스로서 활용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젠 하나의 ‘소스’를 넘어 국악이라는 장르 자체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당장 수치적으로 국악이 대중음악과 뮤지컬 시장을 따라잡겠다는 건 아니다. 그저 국악이 보존해야 할 전통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공연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을 때 공연 시장의 양극화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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