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 결합, OTT 경쟁 구도 재편 변수
글로벌 미디어 산업을 둘러싼 초대형 인수전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의 승리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가 추진하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인수가 무산되고,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주당 31달러, 총 1100억 달러(약 158조 원)를 제시하며 워너브러더스 인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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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는 '해리포터', '왕좌의 게임', '배트맨'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할리우드 대표 스튜디오이고, 파라마운트 역시 CBS·MTV와 함께 '트랜스포머', '미션 임파서블', 'CSI' 등 장기 흥행 IP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두 회사의 결합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경쟁 구도를 흔드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편 국내 시장에서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상황을 피했다는 평가와 함께, K-콘텐츠 확장 측면에서는 다른 가능성을 놓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동시에 나온다.
이번 인수전은 당초 넷플릭스의 우세가 점쳐졌던 거래였다. 넷플릭스는 2025년 12월 워너브러더스의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 사업을 주당 27.75달러, 총 82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며 거래 성사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그러나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주당 31달러, 총 1100억 달러라는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와의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 28억 달러까지 부담하기로 하며 워너브러더스 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워너브러더스 이사회는 결국 파라마운트의 제안을 선택했다. 넷플릭스는 "재무적으로 더 이상 매력적인 거래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인수전에서 물러났다.
이번 계약은 아직 규제 당국의 승인과 WBD 주주 투표 등 절차가 남아 있으며, 2026년 3분기 중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러더스 인수 완료 이후 HBO 맥스(HBO Max)와 파라마운트 플러스(Paramount+)를 통합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계획을 공식화했다. 파라마운트+ 가입자는 약 7900만 명, HBO 맥스는 약 1억 3000만 명 규모로 단순 합산하면 2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3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이어 글로벌 3위 규모에 해당한다. 콘텐츠 경쟁력 측면에서도 두 회사의 장기 프랜차이즈 IP가 결합하면 기존 플랫폼과 경쟁 가능한 포트폴리오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했다면 글로벌 IP 시장에서 훨씬 강력한 위치를 차지했겠지만, 파라마운트가 인수하면서 OTT 시장의 힘의 균형이 일정 부분 유지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체감할 변화는 당장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현재 한국에서 직접 OTT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파라마운트 콘텐츠는 티빙을 통해 일부 공급되고 있고, HBO 콘텐츠 역시 국내 플랫폼과 계약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국내 OTT 이용 환경이 단기간에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OTT 기업들의 영향력이 이미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의 승자가 누구인지가 국내 시장에서 큰 차이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콘텐츠 유통 방식이 당장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OTT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인수 불발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구조다. 여기에 워너브러더스까지 인수했다면 상황은 더욱 불리해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워너브러더스는 세계적으로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스튜디오다. 넷플릭스가 이 IP까지 확보했다면 콘텐츠 경쟁력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국내 플랫폼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K-콘텐츠 산업의 관점에서는 아쉬움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플랫폼 가운데서도 지역 기반 콘텐츠 투자에 적극적이다. 한국을 포함한 비북미권 시장에서 다양한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했다면 확보한 IP와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을 포함한 지역 콘텐츠 협력 프로젝트가 확대될 여지도 있었다는 시각이다.
이번 인수 계약의 결과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의 결합이 글로벌 OTT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국내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사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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