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및 이사회 개최
한미사이언스 신규 이사에 라데팡스 대표 선임
신동국 VS 모녀 갈등 불씨 여전…독립적 리더십 관건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왼쪽)과 황상연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31일 서울시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한미약품이 창립 이래 최초로 외부 출신 전문가를 수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한미그룹의 의사결정 체계는 대주주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반영된 ‘다각 구도’로 재편됐다. 외부 전문가 영입이라는 ‘파격 카드’를 선택한 한미약품이 대주주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경영 안정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31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신규 이사진 선임 및 정관 변경 등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는 4자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라데팡스)의 한 축인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는 최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회장 모녀 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사회 내에서 상호 견제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 이사회에서는 사실상 신 회장 측 인물로 분류되는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황 대표는 서울대 화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종근당홀딩스 대표 등을 역임한 투자 및 경영 전문가다. 최근 신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박재현 대표는 재선임 명단에서 제외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 인해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은 ▲황상연 한미약품 대표(사내이사) ▲임종훈 한양정밀화학 대표(사내이사)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사내이사) ▲최인영 한미약품 전무(사내이사) ▲김태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사외이사) ▲채이배 전 국회의원(사외이사)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사외이사) ▲이영구 변호사(사외이사)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기타비상무이사)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기타비상무이사) 등 10인 체제로 구성됐다.
시장에서는 향후 경영 주도권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한 라데팡스의 역할에 주목한다. 라데팡스는 그간 송영숙 회장 모녀 측과 궤를 같이해왔으나 엑시트를 위한 수익 극대화를 고려할 경우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독자 노선을 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데팡스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킬링턴유한회사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9.81%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신 회장과 모녀 측의 표면적인 갈등 봉합에도 불구하고 남은 불씨도 여전하다. 현재 모녀 측과 라데팡스가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600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법적 공방과 인적 쇄신이 동시에 이뤄진 상황에서 대주주 간의 긴장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의 여파가 이사회 내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외부 전문가인 황 대표의 선임으로 한미약품이 오너 경영 중심에서 시스템 경영으로 전환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다만 대주주 간의 법적 공방과 이사회 내 계파 간 견제 구도가 여전한 상황에서 황 대표가 특정 대주주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황 대표는 이날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선임 배경과 경영 철학을 밝혔다. 그는 대표직에 오른 경위에 대해 “한미약품의 의사결정 체계와 지주사를 통한 공식 프로세스를 거쳐 선임된 것으로 이해한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 등으로 불거진 당면 과제에 대해선 “법적·상식적 원칙에 충실해 고객·직원·주주가치에 충실한 경영을 하면 모든 것이 부합할 것”이라며 “개정 상법의 취지대로 특정 주주에 편향되지 않고 총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임 대표와 대주주 사이 갈등의 불씨가 됐던 원료의약품 원가 절감 및 교체 이슈에 대해서는 '품질을 우선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부적으로 정확히 파악 전이지만 제약업의 상식은 원료가 ‘적격의 원료’여야지만 생산할 수 있다는 대원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제 산업인 만큼 그것이 우선적으로 충족되는 한에서 경제성 논리 등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과거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한미약품을 분석했다”며 “한미약품이 국내 1위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노력해 기대에 부응하고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는 경영을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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