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플레이션 수혜는 오로지 반도체로...
삼성·하이닉스 1Q 합산 영업익 70조원 전망
세트는 수요 둔화 속 B2B 포트폴리오가 승부
지난해 2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되어 있다. ⓒ뉴시스
올해 1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전자업계 내부의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의 직접 수혜를 받는 반도체와 AI 부품은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가 잇따라 상향되는 반면, 스마트폰·TV·가전 등 전통 세트 사업은 교체 수요 둔화와 관세·환율, 부품 원가 상승이 겹치며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같은 전자업종 안에서도 '칩플레이션 수혜'와 '세트 체력전'이 동시에 나타나는 양극화 구조가 이번 1분기 실적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가 가장 빠르게 눈높이를 높인 곳은 메모리 반도체다. 연초에 비해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상향 조정하고 있다. KB증권과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이 40조원 상당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30조원 상당으로 추정했으나 1~2개월 사이 10조원 가까이 눈높이가 올라간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는 약 36조원 상당이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20조원에서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는 30조원 상당이다. 지난해 4분기 19조원에 비해 61% 상당 늘어난 수치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합산 영업익이 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DRAM과 낸드 가격 전망을 끌어올린 데 따른 것이다. 실제 AI 메모리 수요 확대와 공급 타이트가 이어지면서 HBM은 물론 서버용 DDR5, 범용 DRAM 가격까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을 넘어 일반 D램 역시 가격이 많이 올라 수익성을 개선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가 최근 반도체 산업 특성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면서 실적 전망은 더욱 낙관적인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 전망이 35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약 200조원, 하이닉스가 약 160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예상이다.
수혜는 메모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기도 AI 서버용 MLCC와 FC-BGA를 앞세워 대표적인 AI 수혜주로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최근 FC-BGA 일부 제품군의 판가 인상에 나서면서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가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에서 패키지 기판과 수동부품으로 확산되며 밸류체인 전반의 실적 상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반면 전통 세트 사업은 같은 AI 호황 속에서도 부담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과 PC, TV에 쓰이는 범용 DRAM 공급은 상대적으로 빠듯해졌고, 이는 세트 업체의 원가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실제 애플도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제품군에서 메모리 사양과 출하량 조정에 나서고 있다.
TV와 가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수요 회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 패널과 메모리, 주요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마진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미국 관세 변수와 원·달러 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며 가격 전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 업셀링 전략도 일정 수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세트 업종 전반이 같은 수준의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HVAC, 전장, 구독 등 B2B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크다는 평가다. 전통 가전과 TV 수요 둔화를 냉난방공조와 서비스형 가전, 전장 사업이 상쇄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LG전자 전장도 가전과 더불어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에너지솔루션과 신사업 이익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DS투자증권은 LG전자 1분기 실적이 매출 23조8609억원, 영업이익 1조4326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통 세트 수요 회복이 더딘 가운데서도 B2B와 서비스형 사업 포트폴리오가 일정 수준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이번 1분기 실적이 전자업계 내부의 균열을 보여주면서도, 단순히 '반도체 대 세트' 구도로만 보기는 어려운 분기라고 보고 있다. 메모리와 AI 부품이 호황의 과실을 가져가는 사이, 완성품 사업은 높아진 부품값과 약한 수요 사이에서 수익성이 눌리고 있고 아울러 포트폴리오 변화를 통해 수익을 방어하는 모습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非)전통 세트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앞으로는 누가 AI 호황의 수혜를 가져가느냐보다 누가 세트 부진을 상쇄할 사업 구조를 갖췄느냐가 실적 차별화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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